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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이렇게 된 거”(What-the-Hell)
허태수
- 2235
- 2012-07-29 02:28:56
1.
“공동체를 헤치는 것은 악한 1%의 소행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사소한 악행 탓이다.” 뜨거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집어 든 댄 애리얼리의 [거짓말 하는 착한 사람들]에 있었던 글귀로 기억합니다. 대략, 평범한 사람들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저지르는 이유, 과정, 대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2.
애리얼리는 인간이 두 가지 동기를 동시에 추구하기 때문에 멀쩡한 사람이 때론 엉뚱한 행동을 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정직하고 존경할만한 인물로 봐주길 바라는 ‘자아동기부여’ ** 다른 사람을 속여 가능하면 큰 이득을 얻고자 하는 ‘재정적 동기 부여’가 곧 그것입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명예와 개인적인 이득을 동시에 얻길 원하기 때문에 이 사이에서 흔들린다는 것이죠.
3.
이래서 도덕적인 다짐을 받게 되는데, 이른바 ‘범죄경력증명서’도 일종의 ‘아너 코드’(Honor Code)인 셈입니다. ‘아너 코드’(Honor Code)란, 미국의 몇몇 대학이 입학과 함께 학생들에게 과제물을 제출하거나 시험을 볼 때 양심에 따라 행동하겠다는 각서입니다. 대통령 취임식 때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는 선서도 일종의 ‘아너 코드’(Honor Code)로 ‘도덕적 각성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너 코드’(Honor Code)가 성실히 준수되기 위해선 사소한 비행이라도 저지르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마치 하루 종일 엄격한 다이어트를 위해 배고픔을 참다가 한 밤중에 쿠키 한 조각을 베어 문 뒤 결국 야식을 폭식하는 경우와 같기 때문입니다. 애리얼리는 이걸 “이왕 이렇게 된 거”(What-the-Hell)효과라 합니다.
4.
지금 우리 감리교는 ‘아너 코드’(Honor Code)가 망실되어 있습니다. 우리 속에는 이미 부정 행위가 전염병처럼 퍼져 있습니다. ‘부도덕성의 바이러스’가 깊숙이, 그야말로 도려내기 어려울 만큼 자라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What-the-Hell)효과는, 교회를 팔고 사는 매매로, 제 애비의 교회를 이리저리 물려받는 세습으로, 교권을 위한 이합집산으로, 명예를 구하려는데 드는 엄청난 비용의 탕진은 알고자시고 할 계제(階梯)도 아닙니다.
5.
우리의 현실이 “이왕 이렇게 된 거”(What-the-Hell)라면, 우리는 뭔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추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 됩니다. 변혁적이고 혁명적인 전환을 도모하자는 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무수히 자행되는 ‘사소한 악행’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을 품고 있지 않습니다. 항의, 절망, 낙담, 분노, 낙심은 모두 ‘현재를 존중하고 희망하는’각기 다른 에너지의 현상입니다. 그러나 그 ‘현재’가 악성 바이러스에 의해 침식되어 회복이 불능하다는 ‘비용편익 분석’을 손에 쥐고 있는 바에야 이제는 결단만이 남아 있는 것입니다.
6.
새로운 공동체를 위해, 아직 남아 있는 분노의 에너지를 새로운 방향성을 세우는데 썼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아너 코드’(Honor Code)가 붕괴되어 ‘될 대로 되라 What-the-Hell’는 군상들에게서 희망을 버릴 때 되지 않았나요? 내 남은 생의 목회적 에너지를 쓸 만 한 일에 쓰는 기쁨, 어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