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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朋自遠方來 不亦說乎
임효주
- 2166
- 2015-02-10 02:26:22
군대 신병시절 강원도 양구에 대설이 내리던 날 갑자기 면회를 왔다는 기별이 왔다. 꼬질한 신병의 모습으로 연대 정문 면회소에 가보니 고향친구가 머리에 하얗게 눈을 맞고 나를 찾아왔다. 밤새 회포를 풀고는 뒷날 여전히 내리는 눈을 맞으며 친구는 돌아갔다. 눈이 오면 항상 그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수 년 전 선양원이 전주 옆 완주군 만덕산 기슭에 둥지를 틀고 있을 때 감리교 본부에서 누군가가 찾아왔었다. 어느 누구도 돌아봐주지 않는 우리 공동체를 그것도 감리교 본부에서 찾아왔다니 의아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복지법인부의 서의영목사였다. 몇 번 통화를 하기는 했지만 설마 그 먼 곳까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고,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후로도 알코올중독자 공동체를 관심가지는 이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기에 놀랍기까지 했다(본부에서는 복지법인부의 박현희권사가 유일한 선양원의 후원자요 지지자였었다)
도대체 왜 왔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복지법인부를 책임지게 되어 전체 복지기관을 돌아보기로 했단다. 그래서 먼저 찾아온 곳이 선양원이란다.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 동안 맺힌 이야기들과 설움을 털어놓게 되었다. 그 때부터 복지법인부는 선양원의 따뜻한 친구집이었고 서의영목사와 박현희 권사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이후로 선양원이 이사를 하게 되면 꼭 방문해서 주머니를 털어서 쌀과 라면을 사들여주고 또 외부 후원기관을 연결해서 겨울 난방비라도 해결해주곤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감리회본부하면 그냥 마음이 푸근해진다. 어떤 친구는 본부가 가진 약한 부분과 어려운 부분들을 말하기도 하고 책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본부가 좋고 게다가 복지법인부가 좋다.
그냥 친구가 좋은건가 보다..... 아직도 간간히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문득 하고픈 이야기를 몇줄 날려본다....
2015, 2, 9 눈오는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