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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데스다
임효주
- 2195
- 2015-03-08 01:39:06
요5:1-9
1.
명절 날 예수께서 다시 예루살렘에 가셨다. 성전 밖 양문 옆에 베데스다 연못 주위에는 많은 병자들이 모여 있다. 그들은 가끔씩 천사가 내려와서 물이 동할 때 몸을 담구어 치유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다. 38년 된 병으로 누워있는 병자를 마주친 주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그 사람이 걸어갔다.
2.
갈릴리의 맑은 호수를 보다가 예루살렘의 탁하고 혼잡한 공기를 대하시는 주님의 마음이 어떠하셨을까? 성전 안에는 여전히 장사치들이 판을 벌이고 있고, 성전 밖에도 수많은 병자들이 베데스다의 기적을 바라며 그곳에 판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병이 치유되기를 원하던 처음의 시도를 이미 훨씬 넘어서서 이제는 그곳이 그들의 좌판이 되고 그들의 삶의 영역이 되었다.
자리를 잡고 38년을 누워있는 사람은 아마도 누가 보더라도 눈에 잘 뜨이고 그 자리가 어울리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베데스다의 기적은 포기했지만 성전을 지나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적선은 포기할 수 없는 삶의 방편이었으리라.
성전을 앞에 두고 있지만 그들은 이상한 연못의 신화에 사로잡혀있다. 그리고 그 신화와 함께 그들의 병든 삶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곳이 양문 옆 베데스다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허구인지도 애매해지고 더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그런 것이 별로 중요치 않다. 그저 하루하루 어떻게 연명할 것인지,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어떻게 잘 지켜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나의 10여년의 선양원의 사역이 그랬다. 내 몸을 불살라서 죽어가는 영혼을 구원하리라는 굳은 신념과 믿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타성에 젖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허벅지와 종아리에 살이 쪄서 더 이상 무릎을 꿇지 못하게 된 몸과 같이 내 영은 비만해지고 나태함에 젖어버렸다. 내 영혼과 육신은 예루살렘의 성전 안뜰과 바깥 베데스다의 연못과 진배없이 변해버렸다.
바로 그 베데스다와 나의 삶에 주께서 직접 오셔서 명하신다. 네 자리를 들고 일어서서 가라! 일말의 망설임이나 주저함이나 미련을 모두 버리고 털고 일어나서 길을 가기를 종용하신다.
3.
성전 담벼락 내쳐져
양문 옆
베데스다
행여나 연못이 동할까
간절한 38년의
신화
천사도 연못도
물이 말라가듯
희미해진 옛 이야기
그나마 보이는 것은
지나는 사람들의
식어버린 적선
그들 중에 오신 예수
나를 일으키시며
하신 말씀
일어나라
네 자리를 거두고
그리고 걸어가라
이야기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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