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 익은 곳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자.

문병하
  • 2405
  • 2015-04-02 18:17:38
유정옥이 쓴 [울고 있는 사람과 함께 울 수 있어서 행복하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친정어머니가 들려주셨던 이야기다.
“세 마리의 쥐가 있었단다.
한 마리는 하수구로 떠내려 오는 밥알이랑 음식물 찌꺼기를 건져 먹으며 살았지.
추운 겨울에 그것들을 더러운 물에서 건져 먹으려니 쥐의 털은 물에 젖어 꽁꽁 얼어붙었지.
그래도 그 쥐는 매일 달달달 떨면서 그곳에서만 살다가 죽었지.
다른 한 쥐는 온몸에 똥을 뒤집어쓰고는 냄새나는 똥통에서 똥 냄새를 풍기며 살았지.
또 다른 한 쥐는 쌀 곳간에 살았어.
사시사철 넘쳐나는 하얀 쌀을 마음껏 먹고 졸음이 오면 따뜻하고
깨끗한 쌀 가마니 위에서 쿨쿨 늘어지게 잠을 잤단다.
얘야, 쥐가 다니는 길이 따로 정해져 있니?”
내가 말했다.
“아니요.”
“그래. 하수구에 살던 쥐가 곳간에 가면 절대로 안 된다고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하수구에 사는 쥐는 일 평생 그 하수구를 떠나지 못한단다.
더러운 물에 떠내려 오는 밥 알갱이를 주워 먹지 못하면
배고파 죽을까 봐 그곳을 못 떠나고 달달달 떨면서 살다가 죽는 거야.
똥 통에 있는 쥐도 마찬가지야.
더럽고 냄새나는 것을 견딜 수 없으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못하지.
왜 못 떠나니?”
“그 쥐도 그곳을 떠나면 죽을까 봐 겁나서요.”
“그래. 언제라도 네가 있는 곳이 하수구 같거나
똥통같이 더럽고 냄새나는 곳이거든 다른 곳으로 가거라.
사람에게도 가는 길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을 떠나면 금방 죽을 것 같아도 떠나라.
깨끗한 길을 계속 찾아 살거라.
깨끗한 길에서도 절대로 죽지 않는단다.”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가를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깨끗한 곳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익숙한 것에 익숙한 사람은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늘 앞을 가리기 마련입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을 나이와 상관없이 늙은이라고 말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사람이 청춘입니다.
청춘은 불안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갑니다.
새로운 것을 본 사람만이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습니다.
내가 선 자리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낯익은 곳을 낯선 눈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왜 감리교회는 아직도 자리를 털지 못하고 우물 주물하고 있는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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