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가 된 외로운 늑대

관리자
  • 2292
  • 2015-04-01 18:56:03
주인은 '외로운 늑대'가 너무도 자랑스러웠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저 숲속의 외로운 늑대가 예전 자신이 강아지로 키웠던 그 놈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늑대는 주인의 생각과 전혀 달랐습니다.
어린 시절 주인과 지냈던 모든 좋은 일들에 대해선 이미 다 잊은 지 오래가 되었습니다.
그리곤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을 모르채 하며 집으로 달려가던 주님의 뒷모습과 주인을 향한 미움과 분노 뿐이었습니다.

이제 외로운 늑대가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마을 주민들은 불안해 하기 시작 하였습니다.
어느 집에는 닭이 없었졌다 하기도 하고 또 어느 집에선 자신이 기르던 개를 외로운 늑대가 물어 간것 같다고도 하고
또 어느 사람은 자신의 토끼를 물어 갔느니 뭐를 물어 갔느니 하면서 외로운 늑대를 향한 두려움과 원성이 점점 커져만 갔습니다.

사실 외로운 늑대가 마을로 가끔씩 내려온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의 집에 있는 가축들을 함부로 잡아 먹지 않았습니다.
주인의 집에 살고 있던 개들조차 외로운 늑대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 주민들은 달이 차오르면 울부짖는 늑대의 길고도 긴 울음소리가 그리 좋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 입니다.

어느 동네 사람은 늑대가 하도 시도 때도 없이 울부짖어 밤잠도 설친다며 볼맨소리까지 하곤 했습니다.
이러한 동네 주민들의 원성은 급기야 늑대를 잡아 없애야 한다는 뜻으로 모아졌으며
늑대 사냥꾼을 고용해 늑대를 죽이려 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늑대는 이미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몇 몇의 사냥꾼이 겁도 없이 달려 들었다가 창피만 당하고 줄행랑을 치곤 했습니다.

그러다 사냥꾼들 세계에서 아주 악랄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한 전설적인 사냥꾼이 이 마을을 찾아 왔습니다.
이 악랄한 사냥꾼은 늑대를 잡으면 마을 주민들이 주겠다는 사례금도 마다하고 자신은 늑대만 잡으면 된다며
다부진 눈빛으로 외로운 늑대가 사는 숲속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악랄하고 잔인한 사냥꾼과 더불어 사냥꾼계의 또 하나의 전설이 된 사냥꾼이 있었습니다.
그는 천성이 여리고 착하여 사냥꾼의 실력으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실력과 능력을 갖고 있었지만
죄없는 짐승들을 죽여야만 하는 사냥꾼 세계에 대한 자괴감을 갖고 더 이상 사냥꾼으로선 머물수 없었던
또 한명의 선한 사냥꾼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그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했습니다.
그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사는 지를 알고 있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어쨌든 악랄하고 잔인한 사냥꾼은 짐을 풀자 마자 사냥 총을 준비하고 외로운 늑대가 살고 있는 숲을 향해 곧바로 떠났습니다.
그의 뒷 모습엔 살기로 가득한 어둠의 그림자가 음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저 놈은 뭔가 다르긴 다른 놈인가 봐! 아우... 저 놈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내 오금이 저려오는 것 같구만... 하여간 저 놈이 악랄하고 잔인한 놈이라 그렇지 난 놈은 난 놈인가벼... 예전의 엉성한 다른 사냥꾼 놈들과는 뭔가 다르긴 다르다니깐..."

곧 벌어질 악랄하고 잔인한 사냥꾼과 외로운 늑대의 숨을 죽이는 한 판 승부는 모든 마을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거리가 되었습니다.
외로운 늑대도 본능적으로 숲 속에 불어오는 악랄하고 잔인한 사냥꾼이 몰고 온 어둡고 차디차며 음산한 공기의 흐름을 느꼈을 것입니다.

악랄하고 잔인한 사냥꾼까지 가세하여 외로운 늑대를 잡으려 하자 주인은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외로운 늑대를 찾아 숲속으로 들어 갔습니다.

얼마되지 않아 숲속에선 몇 차례의 총소리가 울렸고 늑대의 울음소리도 들려 오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늑대는 악랄하고 잔인한 사냥꾼의 총구를 벗어나 달아나고 달아나며 몇 차례의 위기를 모면하는 듯 했습니다.
그렇지만 뛰어난 사냥꾼의 실력은 놓치는 듯 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서서히 그리고 빠져 나갈수 없도록 서서히 외로운 늑대의 목을 조여들었습니다.
외로운 늑대도 조여드는 잔인한 사냥꾼의 그 총구와 정면으로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외루운 늑대가 사냥꾼의 총을 피해 달아나고 달아나는 듯 했으나 결국 잔인한 사냥꾼과 외로운 늑대는 피할 수 없는 외나무 다리에 서고 말았습니다.
악랄하고 잔인한 사냥꾼은 바짝 몸을 움츠린채 바위 뒤에 숨어서 외로운 늑대를 향하여 총구를 겨누고 있었으며
높디 높은 절벽에 가로막힌 외로운 늑대는 더 이상 도망갈 길이 없어 사냥꾼이 총구를 겨누는 쪽을 향하여 잔뜩 털을 세운채 으르렁 거리고 잇었습니다.
총이 빠를 것인지 외로운 늑대의 공격이 빠를 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태풍의 전야처럼 긴 장된 숲 속에 서로가 대치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주인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주인은 재빨리 뛰어들며 사냥꾼과 외로운 늑대가 대치되고 있던 그 자리로 뛰어 갔습니다.
"여보시오, 제발 그 늑대를 그냥 놔두시오. 그 늑대는 내가 어려서 키운 늑대이니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제발 그 총을 내려 놓으시요."
외치는 주인의 외침이 긑나기가 무섭게 사냥꾼의 총구에선 불을 뿜고 살기로 가득한 총알은 외로운 늑대의 심장을 향하여 날아갔습니다.

그러나 외로운 늑대는 재빨리 몸을 움직여 날아오는 총알을 피해 다른 쪽으로 달아 났습니다.
주인이 외로운 늑대에게 바로 다다르려는 사이 사냥꾼의 마지막 총알은 총구를 떠나 외로운 늑대의 심장을 향하여 날아갔습니다.
안돼라고 외치는 주인의 외마디의 고함소리를 따라 묵직한 그 무언가가 힘없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으며 숲 속은 다시 고요의 바닷속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외로운 늑대가 쓰러졌습니다.
그리곤 쓰러진 외로운 늑대 위로 주인의 몸도 뒤엉켜 있었습니다.
나즈막한 신음소리를 따라 시뻘건 피가 흘러 땅을 붉게 적셨습니다.

사냥꾼은 자신이 쏜 총구 뒤로 쓰러지는 늑대의 모습을 보았지만 뭔가 일이 잘 못 되었음을 직감하였습니다.
사냥꾼이 당긴 방아쇠를 통해 마지막 발사된 필살의 총알은 외로운 늑대의 심장을 향해 날아 간 듯 했으나
총알에 맞아 힘없이 떨궈진 것은 외로운 늑대가 아닌 그 주인의 몸이었던 것입니다.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진 것을 알게 된 사냥꾼은 그 자리를 박차고 도망가다 실족하여 낭떨어지로 떨어져 죽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대신하여 총에 맞아 죽어가는 주인을 바라보던 외로운 늑대는 쓰러진 주인의 품속에 비비고 들어가 상처를 따라 흐르는 피를 핥으며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해 했습니다.

주인이 흘린 피는 외로운 늑대의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 늑대의 심장을 뜨겁게 달궈주었습니다.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 준 주인의 피를 통해 외로운 늑대는 자신과 주인 사이에 있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일들이 떠올려 졌습니다.

어린 늑대 시절 죽은 어미 늑대의 품속에서 젖을 빨기 위해 부비대던 어린 늑대 자신을
주인이 거두어 품에 안고 집으로 데려왔던 지난 모든 일들을 말입니다.
외로운 늑대는 다시 어린 늑대 새끼가 된 것처럼 쓰러진 주인의 품속을 부비고 비비며 한 없는 눈물을 흘리다 지쳐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총애 맞은 주인의 몸은 점점 싸늘히 식어가고 있었지만
외로운 늑대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제 어미 늑대의 의 따뜻한 품속에 대한 추억을 주인의 품속에서 다시 떠올리며 꿈을 꾸었습니다.

외로운 늑대의 꿈 속에서 주인은 멋진 사냥꾼이 되어 있었으며 외로운 늑대는 주인의 멋진 사냥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멋진 사냥꾼인 주인과 멋진 사냥개가 된 외로운 늑대는 아름답고 포근한 숲속을 뛰어 다녔으며
거짓된 못 된 짐승들을 사냥하며 모든 숲속의 동물들이 살기 좋도록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멋진 친구가 되어 뛰어 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인은 총에 맞아 피를 흘리며 죽었지만 외로운 늑대는 주인의 품속에서 다시 어린 늑대 새끼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린 늑대 새끼는 더 이상 외로운 늑대가 아니라 사랑하는 주인의 멋진 사냥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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