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통으로 만든 종

최천호
  • 3305
  • 2016-01-29 15:58:34
어릴 때 다니던 교회 입구에 산소통 아래를 잘라 매달아 놓은 그 종은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와서 매를 맞으며 크게 울었는지 모른다 . 나는 그 사연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말해주는 이도 없었다 . 새벽부터 친근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을 깨어 모으는 자연과 같았다 .

산소통으로 종을 만들겠다는 지혜를 누가 내었는지 모르지만 , 알파벳으로 U. S. A 라고 쓰여 있었던 것을 보면 물자가 귀한 전쟁 통에 미군들이 쓰던 것을 고물상에서 종으로 만들어 팔았으리라 추측해볼 뿐이다 .

이 기다란 종은 쇠망치로 때리면 자지러지듯 아픈 소리를 내어 나무로 쳐야만 부드러운 소리로 멀리까지 울려 퍼졌다 . 단단한 갈참나무나 물푸레나무를 망치처럼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좋았다 .

뾰족한 종탑에 멋지게 매달려 뗑그렁뗑그렁 품위 있는 소리를 내지 못하고 , 눈과 비도 가리지 못하지만 , 제 몸을 두들겨 맞으면서 작은 목구멍으로 떼 ∼ 엥 떼 ∼ 엥, 자기만의 소리를 내었다.
지금도 옛날 그 자리에서 그 소리로 울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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