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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불던 날
최천호
- 3331
- 2016-01-28 17:05:31
동리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싸우는 일도 없고 , 그가 물고기를 잘 잡는 사공이기에 타관사람이라고 무시를 당하지도 않았다 .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자만 아는 소리로 중얼거리다가 웃으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누런 앞니가 보였다 .
봄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갈바람이 지쳐 지나가고 북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날까지 , 깊은 바다에 닻을 내리고 노와 돛 , 그리고 키도 없이 뜨거운 태양과 바람과 별빛만 가득 담은 멍텅구리 배에서 낮이나 밤이나 반짝이는 비늘과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물고기들만 잡아 육지로 보냈다 .
아버지가 아름드리나무를 여름내 깎아 안마당 처마 안쪽에 세워놓은 절구통을 굴리다 꼬꾸라트려 바깥마당 도랑에 처박은 태풍이 열다섯에 뱃사람이 되었다는 사공 아저씨가 타고 있던 배를 스무 조각도 더 낸 채 물속에 가라앉히고도 한나절을 더 머물며 손톱을 세웠었다 .
두려움으로 밤을 새운 고요한 아침 , 이름도 없이 사공이라 불리었던 김 씨 아저씨가 조각난 뱃머리 나무토막에 허리를 붙들어 맨 채 선하고 선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누워있었다 . 사람들은 그가 하늘을 보면 일기를 예측할 줄 아는 사람이고 ,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었는데 , 아까운 사람이 스스로 죽은 거라며 , 가을 색이 물든 산기슭에 땅을 깊이 파고 눈물과 함께 그의 몸을 반듯하게 뉘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