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26강 C. 율법의 저주와 믿음의 복[3:10-14] Ⓐ. 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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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3-07 00:10:26
※ 연재되는 필자의 주석책 「갈라디아서․에베소서」


앞(3:6-9)에서 바울은 아브라함과 성경을 통해 믿음으로만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는 진리를 입증하였다. 이제 그는 율법이 복을 받게 하는 대신에 저주를 받게 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먼저, 바울은 【10】[무릇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은 저주 아래 있나니 기록된바 누구든지 율법 책에 기록된 대로 온갖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라고 단언하고 있다.

[율법 행위에 속한 자들]이란 율법을 준행하는 자들이 아니라, 율법을 준행함으로 의 곧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하는 율법주의자들을 의미하는 것이다❶.

여기의 [율법]을 가리켜, 훅스타블(E. Huxtable)은 의식적 율법이라고 하지만, 바울이 의미하는 것은 복음과 대비되는 전체로서의 율법이다. 전체로서의 율법이란 양심까지도 포함되는 것이다(3:2의 주석을 보라).

율법 또는 양심을 따라 살면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주 아래 있]는 것이다.

[저주](카타란, κατάραν)는 정의와 반대되는 것으로,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 영원한 멸망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롬 4:15, 마 25:41). 헨리(M. Henry)는 “율법의 저주는 계시되고 경고된 것으로 진노와 파멸을 가져온다.”라고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최후의 심판 아래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율법을 범한 결과로 하나님께로부터 분리되고 그로 말미암은 모든 저주가 현세에서나 내세에서 따른다는 뜻이다”(Vincent).❷

이 저주의 위력에 대해, 헨리(M. Henry)는 “모든 죄인들, 즉 모든 인간들을 치는 강력한 힘과 권세와 효능을 지니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저주 아래 있]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죄, 악마, 영원한 죽음 아래 있다는 것이다(M. Luther).

율법의 행위로 구원받는다고 주장하는 율법주의자들이 [저주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바울은 [기록된바 누구든지 율법 책에 기록된 대로 온갖 일을 항상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저주 아래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라고 신명기 27:26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 말씀은 율법의 모든 조항이 하나도 빠짐없이 항상 행해져야만 하며,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가 저주 아래 놓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율법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간은 없으며, 따라서 모든 인간은 저주 아래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❸

바울은 인간이 율법을 만족하게 준행할 수 없으며, 따라서 율법은 저주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경험에 의해 설명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율법이 없을 때는 죄가 죄로 여겨지지 않았으므로 하나님께서 인간의 범법 때문에 율법을 주셨고(갈3:19). 그 율법을 통해 모든 인간이 죄를 알게 하셨다(롬 3:20, 7:3). 그러나 율법은 범죄를 막을 힘이 없으며 오히려 죄를 짓도록 충동질하는 것이다.

바울은 자신이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지만, 그 법이 죄의 법에 끌려가는 자신을 막지 못한다고 고백하였다(롬 7:22-23). 또한, 그는 탐내지 말라는 율법이 탐심을 갖게 한다고 하여, 율법이 죄를 짓도록 충동질하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롬 7:7). 율법은 죄로 심히 죄 되게 하는 것으로(7:13), 죄를 드러낼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롬 5:20). 그리고 죄는 기회를 얻어 율법으로 말미암아 인간을 죽게 만든다(롬 7:11).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바울은 율법이 인간에게 저주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인간이 율법을 성취할 수 없는 결정적인 원인은 인간의 육에 자리잡고 있는 죄의 힘 때문이다(롬 7:18, 23).

데이톤(W. T. Dayton)은 “모든 유대인들의 공통된 괴로움은 율법 조항 전체를 지킬 수 없다는 고통스런 인식이었다.”라고 하였다.

루터(M. Luther)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율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율법을 주시기 이전에 아셨으므로 아브라함 안에서 우리에게 축복을 약속하신 것이다.”라고 주목할 만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바울은 【11】[또 하나님 앞에서 아무나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이는 의인이 믿음으로 살리라 하였음이니라]라고 단정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하나님 앞에서 아무나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그러므로(호티, ὅτι) 의인이 믿음으로 살리라 하셨느니라’(J. A. Bengel, W. Sanday, 黑崎幸吉)로 이해할 수도 있고, ‘또한 하나님 앞에서 아무나 율법으로 말미암아 의롭게 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왜냐하면’(호티, ὅτι) 의인이 믿음으로 살리라 하셨느니라’❹로 이해할 수도 있다.

10절의 논의를 미루어 보아 후자를 취하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율법 행위로 의롭게 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한 이유는, 이미 하박국 2:4에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라고 예언되었다는 것이다.

이 예언의 말씀은 로마서 1:17과 히브리서 10:38에도 인용된 것으로, 본래는 이스라엘 민족이 갈대아인들의 침략으로 극심한 고난 중에 있을 때, 하나님을 신뢰하는 자는 구원을 받는다고 한 것이었다. 바울은 이 예언의 말씀을 근거로, ‘하나님을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3:6의 주석을 보라.)는 진리를 재확증하는 것이다.

그는 역사적 상황 속에 예언자를 통해 들려주신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위대한 진리에 대한 예언을 읽어낼 수 있는 영안이 있었다. 즉, 역사적 의미를 지닌 말씀 속에서 영적 의미를 발견하였던 것이다.

율법의 저주와 율법으로 의에 이를 수 없음을 논증한 바울은 이어서 율법과 믿음의 차이에 대해, 【12】[율법은 믿음에서 난 것이 아니라 이를 행하는 자는 그 가운데서 살리라 하였느니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루터(M. Luther)는 “바울은 율법의 의와 복음의 의가 무엇인가를 엄밀하고도 예리하게 보여 주고 싶어한다. 율법의 의는 율법을 준행함으로 사는 것이며, 반면에 믿음의 의는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합 2:4]는 진술을 따라 믿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칼빈(J. Calvin), 미코라스키(S. J. Mikolaski), 그리고 버어톤(E. D. Burton)도 칭의의 근거에 있어서 율법주의의 원리와 믿음의 원리는 서로 상반된다고 주장하였다.

율법주의의 원리에 대해, 바울은 [이를 행하는 자는 그 가운데서 살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말씀은 레위기 18:5의 “너희는 나의 규례와 법도를 지키라 ‘사람이’ 이를 행하면 그로 인하여 살리라 나는 여호와니라”를 인용한 것이다.

[그 가운데서 살리라]는 율법 안에서 생명의 샘을 발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E. Huxtable), 생명과 칭의는 거의 같은 개념이다(E. H. Perowne). 따라서 율법을 행함으로 율법 안에서 산다는 것은, 율법을 행함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간이 율법의 모든 조항을 완전히 행할 수 없다는 것이며, 그 때문에 모든 인간은 율법의 저주 아래 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사 율법을 문자적으로 준행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적이며 형식적인 것이지, 진정한 의미에서 율법을 지킨 것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이유는 율법을 완성하는 길은 사랑밖에 없는데(5:14, 롬 13:8, 10), 이 사랑은 하나님의 속성으로 듣고 믿는 자에게 내재하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부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롬 5: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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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서와 주해서에서 인용할 경우에는, 해당 성구가 있으므로 저자의 이름만 밝혔음.
1) J. Calvin, F. J. Dake, R. T. Stamm, J. Dow, R. C. H. Lenski, 이상근, 박윤선.
2) in 이상근.
3) 참조: J. Calvin, J. Wesley, R. C. H. Lenski, F. J. Dake, J. Dow, C. R. Erdman, W. Barclay, 黑崎幸吉, 박윤선, 이상근.
4) H. Alford, E. D. Burton, R. T. Stamm, 이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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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최세창, 갈라디아서, 에베소서(서울: 글벗사, 2002, 2판 2쇄), pp. 13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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