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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노래 외
이경남
- 1386
- 2023-04-03 01:59:48
계절은 한겨울인데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린다
날씨야 풀려 좋기는 하다 마는
내 마음엔 맥이 플린다
아니 춥지 않은 겨울이 무슨 겨울인가?
오 하나님
나의 삶에 이런 안락함을 거두어 주시고
다시
한파를 주시고
폭설을 내려 주십시오
그리고 그 고통 속에
나로 하여금
하늘 위로 우뚝 선
빛나는 설봉이 되게 하시고
눈을 가득 머금고
생기의 바람을 내뿜는
깊고 깊은 계곡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대한수도원
신년의 초두를
철원의 수도원에서 지내고 있다
1940년
온 세상이 흑암의 고통 속에 잠겨 있을 때
이곳 오지의 계곡을 찾아
일제에 맞서며
공산당에 맞서며
기도와 노동의 씨앗을 뿌리며
믿음을 지키던 이들이 있었다
제단에 붙은 불을 끄지 말라
기도실 중앙에 붙어있는 투박스런 구호는
지난 80 여 년 이곳에서 타오른
거룩한 기도의 불꽃을 웅변하고 있다
지금 이곳의 날씨는
제법 푸근한 기운을 내뿜고 있지만
산악은 백설에 덮여 있고
계곡의 바람은 여전히 차고 매섭다
그리고 이것은
내 육체 뿐 아니라
안일과 나태에 빠져 있는 내 영혼의 잠을
사정없이 깨운다
그러나 정작 내가 사랑하는 것은
이런 차가움과 서늘함 신선함이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서 내 마음에 남는
하나의 소원은
이 계곡의 정결한 기운이
내 육체와 영혼에 머물기를
내 영혼의 제단에도
꺼지지 않는 하나님의 불꽃이
타오르기를
*틈틈이 쓰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는게 뭐 그리 못마땅해 시비를 거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