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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외
이경남
- 1455
- 2023-04-03 02:31:46
어느 날
세월이 찾아와
얼굴에 주름이 패이고
팔과 다리도 힘을 잃고
이제 곧 허리도 굽을 테니
나와 함께 가시지요 말을 건다
그래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데
구순의 노모가 살아 계시고
자녀들도 조카들도 돌봐야 하는데
아직도 해야 할 사랑이 남아 있는데
불러야 할 노래가 있고
써야 할 시가 있는데
아직도 해야 할 싸움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미국도 대한민국도
가짜들이 대통령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이런 일이 벌어져도
언론도 방송도 법원도 눈을 감는
기가 막힌 세상인데
무슨 소릴 하는 거요?
야단을 쳤더니
세월이 혼비백산 줄행랑을 놓는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는데
못다 한 사랑이 남아 있고
싸워야 할 싸움이 남아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끌려갈 수 있는가?
나는
세월에 끌려가는 인생이 아니라
세월을 끌고 가는 인생이 되고 싶다
백석포 강변에서2
지금 백석포 강변에는
폭설과 한파
그 위에 폭풍마저 불고 있다
산도 들도 강도
온통 백색의 천하
강물은 사정 없이 출렁이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오늘 새벽
이 거친 강변을
홀로 걸으며
불현듯 닥터 지바고의 설원
그리고 라라의 노래를 떠올린다
“비록 눈 속에
봄의 희망이 덮혀 있다 할지라도
언덕 너머 어딘가엔
푸르고 금빛 나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어요
당신의 마음을 붙잡아줄
꿈들이 있답니다
내 사랑 라라
오 하나님 우리의 사랑을 이루어 주십시오"
우리가 산다는 건
우리의 가슴에 이런 꿈과 희망이
아니 사랑을 품고 산다는 것
이 폭풍이 몰아치는 겨울 강변을 걸으며
나는 다시
이런 열망의 불꽃을 지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시를 한편 올렸더니 실업자가 아니냐고 비난하는 이상한 사람이 있어 홧김에 그간 쓴 천여편의 시를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