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장병선
- 3960
- 2012-06-03 00:00:00
큰 귀 때문에 체통이 안 서서, 남 앞에 나설 수가 없었다.
임금은 궁리끝에 갓쟁이를 불러 들여 큰 귀를 덮을 만한 갓을 만들도록 명령했고,
갓쟁이는 그렇게 했다. 임금은 갓쟁이에게 명령했다.
\\'누구에게든지 짐의 귀가 어떻다느니 하고 말하는 날에는 바로 죽음이다!\\'
임금앞에서 물러난 갓쟁이는 입이 슬슬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자기만 보고 아는 사실을 자기만 알고 있으려니 견딜 수가 없었다.
갓쟁이는 병이 들었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 가서, 큰 소리로 외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아!\"
그 때부터 바람이 불면 대 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아!\" 하고
외치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이것을 알게 된 임금은 대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리도록 명령했다.
대나무가 없는 동안은 잠잠했으나 죽순이 나서 자라자 이내 소리가 들렸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아!\"
세상에 비밀은 없으며, 말은 막을 수 없다.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은 숨을 못쉬게 입과 코를 틀어막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지도자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대중에게 귀를 기울인다.
중세에도 \\'바보제\\'를 통하여 왕과 귀족들을 마음껏 풍자하도록 통제의 족쇄를 잠시나마 풀었던 것은
대중을 억압하고는 통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이스에서는 \\'토론의 광장\\'(아고라)이 있어서 누구나 제 주장을 할 수가 있었다.
이삼일, 자유게시판을 틀어막자, 거의 비명에 가까운 함성이 일었다.
터 주자, 잠잠하다. 말 안해도 숨쉴 여유가 생긴 것이다. 안도감이 생긴 것이다.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듯이 말은 창조적 능력의 도구이다.
여기 와서 말하는 사람은 거칠고, 때로 저속하고, 서로간에 극단에 서 있다 할지라도 각자
자기의 소신을 말하는 것이다. 다투다가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화해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자개판이 지금 조용한 것은 어쩌면 폭풍전야이기 때문이라 할 수도 있다.
임시감독회장이 2-3일 후에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니,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올지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만인이 공감할 수 있는 공교회적이고, 민주적인 안이 될 때는 순풍이겠지만, 그 반대일 때는
또 다른 태풍이 몰아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