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NP 0.1%의 비용이 다음 세대의 생존권을 지키는 데 너무 많은 것인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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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2 09:00:00
8. GNP 0.1%의 비용이 다음 세대의 생존권을 지키는 데 너무 많은 것인가?


레이철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기업들은 돈을 벌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지구 전역에 “죽음의 그림자가 덮여 있다”고 경고하면서, 어느 생명체도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지구에서 인류가 지금까지 걸어온 것과 같은 “재앙에 이르는 길” 대신에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보전하는 길”을 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호소한 것이 50년 전이었다. 해양생물학자였던 레이철 카슨이 살충제 DDT가 생태계에 끼치는 치명적인 영향을 알기 쉽게 분석한 그 책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과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공격과 비난을 받은 책이 되었지만, 결국 케네디 행정부를 움직였으며, 환경정책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되었다. 그러나 50년이 지나 우리 세대는 레이철 카슨의 경고와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재앙에 이르는 길”을 걸어왔으며, 또한 “마지막 기회”마저 이미 날려버렸다. 그 근본 이유는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을 비롯해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생태적인 가치보다는 돈을 더 중요하게 간주했으며, 세계의 항구적인 평화와 번영보다는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올리려는 근시안적 목표에만 몰입했기 때문이다.


레이철 카슨이 다루지 않았던 전대미문의 위기들, 즉 기후붕괴와 기후전쟁, 식량난, 석유 고갈과 핵에너지 위기 앞에서, 그동안 여러 학자들이 구체적인 해결책들을 제시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은 정치인들이 기업들의 단기 이익을 통한 경제성장에만 사로잡혀 다음 세대의 생존권과 평화를 희생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대가 무관심과 무기력에 빠져 있어서, 목숨을 걸고 다음 세대들의 생명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분명히 기억할 사실은 이처럼 다음 세대를 멸망의 소용돌이(downward spiral)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절박한 위기들 앞에서 과학자들은 그 구조적인 원인들을 정확하게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예측과 더불어 해결방법들까지도 구체적으로 경제적 비용분석까지 모두 계산해서 제시했다는 사실이다.


단적인 예로, 세계은행(World Bank)의 수석 경제학자 출신의 니콜라스 스턴이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경제적인 비용분석을 한 결과로 나온 것이 그의 보고서『기후변화의 경제학』(2007)이다. 스턴이 분명하게 밝힌 것처럼, 지구 온난화의 최악의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2050년까지 전 세계 GDP의 약 1%가 될 것이지만, 그 비용을 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초래되는 비용이 2050년까지 전 세계 GDP의 5∼20%가 될 것이다. 즉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장애물이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경제적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기후 재앙은 “시장의 실패”이며, 해결책은 시장을 완전하게 하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해 연간 GNP의 약 0.1%가 줄어들게 된다는 니콜라스 스턴의 이런 분석에 대해 영국 정부의 선임 과학자 데이비드 킹이나 오스트렐리아의 로스 가르노 등의 학자들도 지지했다. 그러나 스턴의 목표처럼 온실가스 농도가 550ppm CO2-e가 될 경우에는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3도 상승하게 되어, 온실가스 농도 목표를 450ppm CO2-e으로 삼을 경우보다 굶주리는 인구가 25%에서 60%로 높아지며, 아마존 열대우림의 생태학적 붕괴가 매우 낮을 가능성에서 매우 높을 가능성으로 나타난다. 스턴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이처럼 위험한 목표였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드는 비용도 연간 GNP의 약 0.1%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과 오스트렐리아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이런 감축 목표를 거부했다. 기후 과학에 대한 정치인들의 무지와 석유재벌들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치밀한 로비 때문이었다.


결국 지금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이것이다. 다음 세대들의 생존권을 지키고 생태계의 대파국을 막기 위해 GNP 0.1%를 지불하는 것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으로 계산해서 10년간 소방 예산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불길이 지구 전역으로 확산되어 생지옥이 되도록 내버려둔 이런 결정을 우리가 묵인할 것인가, 아니면 재벌들이 지배하는 세계 체제의 틀을 바꿀 것인가 하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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