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풍요를 위해 다음 세대들을 제물로 바칠 것인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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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6-22 09:00:00
2. 우리의 풍요를 위해 다음 세대들을 제물로 바칠 것인가?


초롱초롱 빛나는 아기들의 눈동자를 마주칠 때마다 그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하면서도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그지없다. 우리 세대가 우리의 풍요를 위해 아기들의 생활터전과 평화의 기반인 자연환경을 이처럼 파괴함으로써, 결국 그들의 생존권을 거의 완전히 박탈해버렸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탐욕과 부채로 인한 국제적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리스크 관리는커녕 774조원에 달하는 국가부채와 거의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물려주는 것만도 참으로 미안한데, 그 빚을 갚을 터전과 살아갈 집마저 파괴하고 있으니, 아기들의 눈동자 앞에서 죄스러울 따름이다.


더군다나 세계적으로 70억의 인구 가운데 10억이 굶주리고 있으며, 매년 2천만 명이 영양실조로 인해 뇌 손상을 당하는 현실에서, 40년 후에는 세계 인구가 90억으로 증가할 전망이지만, 현재 지구촌의 군사비는 2천조 원에 이르고 있으며, 한국은 전 세계 재래식 무기 수입량의 6%를 차지하여 세계 2위의 무기 수입국인 현실이다. 다음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지구적 차원의 기후붕괴와 대멸종 사태에 대한 총력적인 노력은 외면한 채, 이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다. 또한 2011년 8월 현재 전체 임금노동자 1751만 명 가운데 정규직 886만 명, 비정규직 865만 명, 실업자 80만 명, 영세 자영업자 600만 명으로서, 1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실업자-비정규직-영세 자영업자라는 “‘박탈의 트라이앵글’ 속에 갇힌 채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세대, 그리고 “산업화, 도시화, 정보화, 사회간접자본, 정보기술(IT), 자동차, 철강, 전자를 포함해 이미 ‘세계 선두 수준’에 도달한 기술과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살률, 출산율, 정부의 공적 지출, 형평, 복지, 남녀 임금 격차, 비정규직 비중, 등 인간적 문제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 수준”인 나라에서 사회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며,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황폐하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정규직과 해고, 높은 청년 실업률이 일상화된 신자유주의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과 다름없다. 김홍중 교수가 『마음의 사회학』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사회에서 “가장 절박한 관심은 ‘진정한 삶’이 아니라 ‘목숨 그 자체’ 즉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경제적 생존을 위해 많은 사람들은 일중독과 노골적인 속물주의에 내몰려, 수치심과 성찰성, 내면성, 주체성을 상실한 채 “럭셔리한 아우슈비츠” 속에서 분노, 저항, 심지어 절망의 의지도 없이 짐승처럼 살아가기 십상이다. 한병철 교수도 『피로사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성과를 향한 압박이 탈진과 우울증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올려야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는다는 태도는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지닌 동물성과 야만성을 승인”하는 것이다. 결국 아기들의 눈에 세상은 놀랍고 장엄한 것들로 가득하지만, 나이 들수록 “삶과 생존을 구별하는 능력”마저 잃어버리고 경이감을 상실한 채 살아가기 십상이다.



이것이 우리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물려줄 사회와 삶의 현실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은 정말로 없는 것인가? 정치권력은 다음 세대들의 생존권을 위한 리스크 관리에 철저해야 파국적 종말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대답이 쉽지 않은 이유는 자원고갈과 환경파괴로 인해 우리의 다음 세대들은 점차 훨씬 더 악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기 때문이다.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의 말처럼,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것은 정보가 부족한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놀람이 없는 인생이란 살 만한 가치가 없음을 아는 데서 우리의 행복이 비롯된다.”는 것은 특히 20세기 이후 약육강식과 승자독식과 대량학살의 야만적 세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삶의 기쁨과 생명의 신성함이라는 것을 망각할 경우에 인류는 자연을 파괴함으로써 결국 자멸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많이 늦었지만, 젊은 세대가 “신생대의 마지막 단계”라는 지질학적인 위기를 깨닫고 힘을 합치면 자연의 복원력을 통해 완전한 파멸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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