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거를 돌이키며 이사회에 드리는 글 - 이정배교수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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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7-05 03:05:40
제 13대 감리교 신학대학교 총장 선거를 돌이키며 이사회에 드리는 글

13대 총장 선거가 마무리 된지 두 주가 훌쩍 지나고 있습니다. 힘든 일정을 소화하며 모교를 위해 힘써 주신 이사님들, 총장 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13대 총장 선거가 감신대 미래를 위해 너무도 중요했기에 아쉬움도 많습니다. 정책과 비전을 나누는 축제가 되기를 바랐으나 현실은 그리 되지 못했습니다. 총장선거가 정도를 빗겨갔다면 총장 당선자의 정당성은 훼손될 수 있고 따라서 신학교육의 앞날 역시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먼저 지난 12대 총장선거 때를 기억해 봅니다. 당시는 불행히도 총장 당선자의 논문표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대학 사회에서 표절시비가 엄격히 논의되던 시접이었기에 학내 구성원들의 염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사회에서는 이 점을 묵인했고 사안을 덮었습니다. 다른 대학의 경우라면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었음에도 말입니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사전 협의 없이 총장후보들의 논문을 뒤져 표절을 파헤친 의도적 행위들 때문이었습니다. 교수회의의 합의, 의결절차를 생략한 채 표절여부를 임의로 조사하여 선거에 활용한 것은 공동체성을 허무는 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금번 이사회는 13대 총장선거를 위해 총추위 구성을 통해 민주화된 절차와 과정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책과 비전에 대한 정직한 판단과 평가는 뒷전이었고 파벌과 담합이 대세였습니다. 특히 금번 선거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W교수의 이중직 여부였습니다. 그가 수년간 이웃교파 신학자들과 공동목회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입니다. 하지만 에큐메니칼 정신을 기저로 하는 감신대 이사회가 이점을 수용치 못하고 율법적 잣대를 적용한 것은 적절치 않았습니다. 더구나 WCC 부산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초교파적 목회가 부정되는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는 물론 개교회 차원에서는 불편한 진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리교회라면 이런 추세와 흐름에 대해 성찰하되 관용해야 했다고 봅니다. 교수들 사이에서 W교수의 목회활동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었습니다.(학부 대학원 구약주석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 사이에서도 주지의 사실이었습니다-첨가)그렇기에 후보자들이 이를 부각시켜 선거에 부정적으로 활용한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닙니다.

주지 하듯 저는 이번 총장선거에서 교수, 직원 사회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을 우려하여 나름대로 다른 판단과 선택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렇게 해야 대학이 바르게 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W교수 건을 들어 소회를 밝히는 이유는 인적 구성이 달라지긴 했으나 학문세계에서 용납될 수 없는 표절을 묵인했던 이사회가 초교파적 목회활동은 이중직이라 문제 삼은 것에 대한 이견 때문입니다. W교수의 목회활동이 교단 법에 어긋나지 않다는 변호사의 법적 판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W교수는 총추위 위원, 이사진들 심지어 제자들로부터 선거 당일까지 집요한 추궁을 당했다고 합니다. 에큐메니칼 목회를 위해 헌신한 것이 이렇듯 몰염치한 것이 되고 반감리교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개인 동의 없이는 유출 불가능한 W교수의 신상 관련 자료가 선거판에 회자되었고 출처를 알 수 없는 괴메일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으나 누구도 이를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메일의 출처가 미국인 것은 주도면밀한 의도성을 보여주며, 개인 기밀문서가 유출된 것은 교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사회는 이 일의 진상을 확실히 밝혀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런 악습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며 그로써 대학이 정치판이 아닌 대학답게 지켜질 수 있는 까닭입니다. 이것이 총장 선거의 후유증을 최소화 하는 길인 바, 총장 당선자도 이점을 깊게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차제에 한 말씀 더 드리고자 합니다. 저도 총장 후보자의 영성 검증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무엇을 영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는 깊고 넓게 논의되어야할 주제입니다. 125년 역사를 지닌 감리교 신학대학교는 유무형의 전통과 얼을 이어온 곳입니다. 선교의 주제가 시대에 따라 개화, 독립, 산업화, 민주화로 달라졌고 그 때마다 역할을 옳게 감당해준 이들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은 교회적 영성 뿐 아니라, 사회적, 우주 생태적 영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감리교는 사회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진실은 실종되고 이권을 위한 정치적 타협만이 난무한 까닭입니다. 금번 총장선거도 결국 이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한국 감리교회가 교단 정치 하에서 \\'불편한 진실\\'로 남아 있는 숫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면, 그런 의지조차 실종되었다면 5년 앞으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주년을 어찌 맞을 수 있겠습니까? 감독, 총장을 비롯한 일체 권위가 허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각고의 결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사님들의 선택과 판단이 21세기 감신 앞날을 위한 최적의 것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2012년 7월 3일

감리교 신학대학교 교수 이정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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