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Self confession(자인)과 겸손한 Self confession

이재신
  • 1926
  • 2012-07-24 20:14:17
당당한 Self confession(자인)과 겸손한 Self confession

김 아무개 목사님의 “나는 세습목사다“라는 당당한 Self confession에 갑자기 게시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자기가 세습목사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터~(규모가 크든 작든)
헌데 그 Self confession에 점수까지 더 붙일 만큼의 글짓기가 눈길을 끌었으니 아버지의 고생담과 자신의 그것까지 더하여 “세습도 세습 나름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실 알록달록한 포장지(군더더기)를 떼고 나면 남는 것은 그냥 “세습”이란 것 외엔 없다.
바로 그 반론으로 물타기니 변명이니 하는 비판이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리라.
말은 바로 말이지 목회하면서 나름의 고난과 역경이 없었던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눈물로 빵을 먹는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넘친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전에는 먹고 입고 사는 것의 어려움(절대빈곤?) 이었다면 이제는 상대적인 빈곤감과 박탈감에 희망없는 세월을 사는 목회자가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면 너무 가슴아픈 일이다.
물론 하나님께서 보상해주시리라고 믿지만, 육신적으로 당해야 하는 고난을 쉽게 취급할 수 없을 것이다.

나도 논 팔아 지하실에서 십자가도 못 걸고 개척해본 경험을 갖고 있지만, 비록 상가(김 목사님이 아버지께서 목회하던 상가교회를 물려받았다고 함)라도 아버지의 목회를 물려받아 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문제는 너무 당당하면 모순이라는 것이다.
나는 고생했으니 세습에 면죄부를 받을 만 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다른 사람들(그렇지 못하고 개척한 사람들)이 곱게 봐 줄 수 없을 것이다.

글과 말은 간결 명료해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단문과 중문, 장문을 고루 섞되 주제나 길이나 깊이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전체와 부분을 통제하면서 써나가야 한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면 그 글짓기?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온당한 세습과 부당한 세습의 차이를 설명하거나 아니면 그냥 세습을 설명할 댄 오직 그것에 집중해야 한다.
세습을 설명하면서 “세습은 본질이 아니다“고 하며 한국교회 문제의 전반으로 넘어가려 하면 곤란하다. (예를 들면 성직 매매, 신학부재, 자질문제 등등-이런 주제 하나 하나로도 엄청난 토론이 필요할 듯)
이 게시판은 그야말로 자유다.
하루에도 짧고 긴 나름의 글들이 수십 개 씩 올라온다.
갑자기 긴 글이 올라오면(특별한 경우는 예외로 하고, 이를테면 남의 글을 인용한다든가, 꼭 길게 설명해야 할 때) 읽기가 부담스럽다.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는 아니기에 더 그렇다.

Self confession은 너저분한 변명이 아니다.
고로 당당해서는 안 된다.
겸손해야 한다. 한 경직 목사님이 “나는 신사참배를 했습니다“라는 고백을 할 때는 ”나는 그 어떤 돌팔매도 달게 받으렵니다“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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