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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기독교총연합회 회장에게 보낸 편지
최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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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16 22:30:51
안녕하십니까? 저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부산 서 지방 감리사를 맡고 있으며, 선한이웃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는 최범순 목사입니다. 금번 광복절 기념 연합예배 참석 문건을 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외람된 말씀을 올리고자 이렇게 책상에 앉았습니다.
광복절연합예배에 특별강연 강사로 친일발언을 하고 친일논문을 쓴 사람이 강사로 선다는 것을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는 일제 강점기 때 살았던 사람 99%가 일본을 조국이라고 믿었을 거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사람입니다. 세계를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일본은 국제사회의 합의 하에 무장을 해제당한 나라인데, 그 사람은 ‘언제까지고 일본의 군대가 손발이 묶여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라고 일본의 편을 드는 사람입니다. 그는 데일리NK에 기고한 <‘친북파 청산’ 기준 세우면 ‘친일파 청산’ 보인다> 제하의 글에서, ‘일제 때 고위직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친일파라고 단죄하는 것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 사람입니다. 친일의 선택은 개인의 자유요, 친북은 무조건 잘 못이라는 주장을 가진 사람에게 광복절 강연을 맡기는 게 말이 됩니까? 그것도 6.25기념예배도 아니고,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 기념예배에 하필이면 그런 사람을 강사로 써야 합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정치적 중립의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닌 특정 정당의 국회의원인 것도 문제입니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는 드러내놓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로 암묵적 합의라도 한 것입니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종북주의 문제’는 말이 종북주의 문제지, 실상은 야당 꼬집기 아니겠습니까? 만일 야당의 한 국회의원이 ‘정치권의 성추행 및 논문복사 실태’ ‘정치권의 차떼기 실태’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한다면, 그것이 과연 어느 당을 꼬집는 얘기겠습니까? 정말 공정을 기하자면, 여야 의원 한 명씩을 강사로 부르면 좋겠지만, 신성한 제단을 정치인들에게 내맡기는 것 자체가 이미 종교의 타락이라고 봅니다.
저 역시 현직 감리사이기에 부산기독교총연합회의 당연직 임원이지만, 이번 기회에 모든 직임을 내려놓겠습니다. 그리고 편향된 시각으로 말미암아 불문곡직하고 하나님의 제단마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는 이 도시의 교회를 위해 조용히 기도하겠습니다.
2012년 8월 16일
기독교대한감리회 선한이웃교회
담임목사 최범순
** 위 글은 부산기독교총연합회 회장에게 보낸 편지다
부산기독교총연합회에서는 금번 광복절 기념주일(8월 19일) 연합예배 특별 강사로 하태경 의원(새누리당)을 불러서 [북한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 정치권의 종북주의 문제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들을 예정이란다. 빙빙 돌려서 말할 것 없이 까놓고 말해서, 대선 앞두고 부기총이 선거운동 하는 거 아닌가 싶은 의구심도 들고, 그런 게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절기에 어떤 강연을 하는 게 적절한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조용히 살려던 계획이 또 한 번 실패를 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