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리교 '교회 代물림 금지'는 개신교의 새로운 출발(조선일보사설)

장병선
  • 2005
  • 2012-08-29 02:15:10
[사설] 감리교 \\'교회 代물림 금지\\'는 개신교의 새로운 출발기사100자평(21)    크게 작게요즘싸이 공감조선블로그MSN 메신저입력 : 2012.08.27 22:34
신자 수 150만 명으로 한국 개신교 3대 교단에 드는 기독교대한감리회 교회법(장정·章程) 개정위원회는 27일 목회자 가족끼리 교회를 대물림하지 않기로 하는 데 의견을 모으고 이를 오는 9월 중순 열리는 교단 입법의회에 올리기로 했다. 한국 개신교 교단 가운데 가족의 교회 대물림을 교단 차원에서 금지하기로 한 것은 감리교단이 처음이다. 위원회는 교회법 개정안에서 \\'부모와 자녀가 연속해서 한 교회를 담임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국 개신교는 1960년 신도 수 60만 명에서 30년 만에 1000만 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이 같은 교세(敎勢) 확장의 밑바탕엔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다니며 묵묵히 기독교 신앙을 전했던 목사들의 헌신적이고 금욕적인 목회 활동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개신교 신자 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기 시작해 2005년 인구조사에선 860만명까지 줄었다.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작년 말 개신교를 떠나 다른 종교를 찾아간 신자들에게 물었더니 52.7%가 \"마음·생각의 변화\"라고 답하고 구체적인 이유로 \"배타적·이기적·물질중심주의적 성직자\"를 꼽은 사람이 많았다. 일부 대형 교회가 외형 성장에 집착하고, 가족끼리 목사직을 잇달아 대물림하는 모습에 신자들의 실망이 컸다는 말이다. 감리교단의 교회 대물림 금지 움직임은 교회가 우리 사회와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려는 첫 신호탄을 올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사랑의교회 고(故) 옥한흠 목사는 은퇴하면서 젊고 유능한 목사를 찾아 후계자 자리를 맡겼다. 온누리교회처럼 설립자 하용조 목사가 세상을 뜬 후 교인들 뜻을 모아 후임 목사를 결정한 사례도 있다. 교회가 가족 대물림을 단절하면 신도들이 더 능동적으로 교회 활동에 참여하고, 교회 회계(會計)를 투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감리교단의 \\'교회 대물림 금지\\' 움직임이 다른 교단에도 퍼져 나가 신앙의 문 앞에서 오래 머뭇거려온 사람들이 사랑과 믿음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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