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글

관리자
  • 1966
  • 2012-08-30 09:00:00
아래의 글은 이주연의 산머루 서신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우리 교회엔 주일도 빠지지 않고 수요예배에도
부모님과 함께 꼭 나오는 초등학생이 있습니다.
교회에 오면 언제든 제 사무실에 들러 인사부터 하는 소년입니다.

그 아버님이 서신에 이런 편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어제 아이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있길래 무슨 일이 있나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는 2학기를 맞아 반에서 회장(옛 반장)선거를 하였는데
자신이 떨어져서 속이 상해있노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외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먼저, 자신은 투표할 때 자신의 이름을 적지 않고 상대의 이름을 적어 냈다고 하더군요.
너의 이름을 적는 거야 라고 했더니
그러면 반칙이라고
자신은 자신에게 투표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꼭 되겠다고 자기를 찍으면 이기적인 일이라 쑥쓰러웠던 모양입니다.

이어서 위로하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자신이 2짱(짱도 서열이 있나 봅니다)인데 일짱이 2학기에는 전학을 가서
자신이 자동으로 일짱이 되었는데
그래서 떨어진 것 같고 그것이 오히려 반에는 잘된 일이라고!

왜 떨어진 게 오히려 잘된 일이냐며 의아해하는 나에게 아이는
아이들이 일짱인 자신이 권력까지 생기면
더 불안하고 힘들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래서 떨어진 게 오히려 잘된 것이라고

회장된 아이도 좋은 아이니까
반을 위해 일을 잘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보며 40년 넘게 살면서 가장 멋진 페어플레이를 보았습니다.

자신을 찍는 것을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상황을 객관화하고 결과에 승복하고 축하를 보내는 마음.
그 멋진 마음을 가진 아이가 자랑스러운 저녁이었습니다.
<서신 가족이신 석 님께서 보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신 가족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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