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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만년필]_호국보훈의 달에
엄재규
- 1555
- 2023-06-02 06:31:00
전쟁 체험전시관 침상에서
만년필 몇 자루가
한낮의 평화를 즐긴다.
서산이 꽃노을에 걸리면
한 올빼미가 고양한다.
철학은 이념으로 곡곡하고
이념은 신념으로 곡곡 한다.
인민 해방군은
사유 거부 낫으로
우리 강토를 제 것인 양 수확하고
유물사관 망치로
동포의 몸을 못대가리 삼아 친다.
온 하늘이
시퍼런 동해로 여물던 6.25
포탄이 귀청을 기습하니
하늘은 애곡한다.
포화가 사납게
평온의 땅 피부를 가르니
속살에서 피가 튀고
앓는 소리 뾰족해
암만 엄폐해도 지옥이다.
적탄은 기습해
뜨거운 애국심 찌르고,
힘찬 구령 꺾고
따뜻한 혈육지신을
한 움큼씩 뜯어가니
기강도 일순에 나동그라진다.
화약 내음이 비강에서 터지고
번개 치듯 섬광이 튀고
손가락으로 촉수 삼아
참호에 머리 박고
저린 오금 달랜다.
적 탱크는 몸이 쇠뭉치라
소향무적 옹골차다.
포탑 쏘아보고
괘도 철버덕철버덕
산야를 능멸한다.
따발총이 불퉁불퉁 골내고
아식보총은 맞장구 부화방탕 한다.
공세가 끊이지 않는데
전선은 교착이다.
안개가 산허리에 들떠오면
비집고 갈라온 꼴이
어릿어릿해
눈길을 부라린다.
피리 소리가 멀찌가니
일손 간장 온밤 달이고
선무 방송은 참호 안으로
스멀스멀 스민다.
몸은 혼에 포승이다.
하늘로 날아가는
일척 새가 게염난다.
바지런히 날갯짓해
잠깐 고향 집에 들르고,
세월을 주름잡아
국토 안온은 보게 될까?
광란성파 비벼낸,
맘 잡도리해 조국 강토 지킨다.
험요 매복에
화망에 조준선 정렬하고
방아쇠울에 손가락 건다.
사격 개시에
총구가 낮 빛 붉히고
빈 탄창 홀로 쇳소리로 운다.
육탄 용사가 애국심을 화염병에 담아
대전차 지뢰를 지고
나신으로 탱크를 막아서니
침략자를 UN이 규탄하고
정의 사도들이 줄을 잇는다.
반격이다.
로켓포 표적 찾고
아군 전차 사냥 나선다.
로스케 탱크는
비겁한 수풀 위장해도
뚜껑 열리고
들판에 뒤집힌 거북이다.
쌕쌕이
긴 궤적 창공에 박고
적군은 풀벌레 인양
숨소리도 엎드린다.
압록 물로 밥 짓고
두만 물로 국 끓이자.
인해전술 삶아낼 무기 뒤적인다.
공적이 바람결에 소곤대고
혁혁 무공은 이마에 양양하다.
만년필 한 자루
선선한 눈길 건너니
조국을 사랑한
푸른 옷에 붉은 피 돌아
바리톤 음성
서사시를 한가득 담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