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리 노송(老松)

최천호
  • 2256
  • 2015-06-27 06:00:27
임한리 노송(老松)

가뭄이 길어
더 휘어진 등허리와 갈라진 거죽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서 있는데
천 년을 오고 가던 바람은
무심하기만 하다.

따뜻한 가슴을 가지신
나이 어리던 아버지는
거칠어진 두 손으로
세상을 붙들고 사셨는데
이제는 그 기억조차
희미하게 만들어 놓았다.

멀어져 가버린 세월 앞에서
주름이 깊어진 노송은
올해도 피어나는 꽃가루를
바람에 날려 보냈는데
아무도 기억하는 이 없다고 하지만
여름이 지나가고
겨울이 지나갈 때까지
그렇게 서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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