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교, 시대에 역행하는 혐오행태를 멈추라!

장병선
  • 1599
  • 2020-07-03 17:44:23
감리교, 시대에 역행하는 혐오행태를 멈추라!
-성소수자를 축복하여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며-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아침에는 ‘하늘이 붉고 흐린 것을 보니 오늘은 날씨가 궂겠구나’ 한다. 너희는 하늘의 징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징조들은 분별하지 못하느냐?”(마16:3)

우리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제 23대 총학생회입니다. 무려 15년 전인 2005년에 활동했던 케케묵은 총학생회 임원들이 다시 모인 것은 이동환 목사를 재판하려고 하는 감리교의 현실이 너무나 개탄스럽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2005년 10월 25일을 기억합니다. 그 날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제26회 입법총회 첫째 날이었고, 교리와 장정 제3편 제3장 제1절 제78조 4항 “부부 교역자는 같은 교회에서 담임자와 부담임자로 사역할 수 없다”는 조항이 통과된 날입니다.
그 날 우리는 정동교회 앞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부부목회자의 한 교회 사역금지’는 여성차별이 만연해 있는 척박한 목회 현실 속에서 여성 목회자의 생존권, 목회권을 침해하는 악법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감신대의 학생들과 감리교 목회자들이 법안 철회를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결국 법안은 원안대로 통과되고 말았습니다. 정동교회는 1955년 한국 개신교 최초의 여성목회자인 전밀라 목사가 안수를 받았던 자랑스러운 공간입니다. 하지만 감리교의 영광스러운 공간은 반세기만인 2005년 그날 이후, 오히려 여성 목회자를 억압하는 오명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총학생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가지고 결국 감리교의 역사적인 뒷걸음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 뒤인 2015년 10월 28일 우리는 또 한 번 감리교의 뒷걸음질을 목격합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1회 입법총회에서 교리와 장정 제7편 재판법 제3조 범과의 종류 7항에 “동성애 찬성 및 동조자”라는 문구를 삽입하여 처벌 대상을 확대한 것입니다. 이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것만으로 출교까지 시킬 수 있는 한국 개신교 최초의 법이 되었습니다. 동성애가 도박, 마약과 나란히 단순 명기된 법안을 볼 때 이것이 얼마나 성소수자에 대해 무지한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목회적, 선교적인 차원의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전사회적으로 인권 감수성에 대한 요청이 높아가고 있는 2015년, 감리교단은 개인의 신념과 양심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완전히 뒤엎는 시대착오적인 법을 그 어떤 공식적인 논의도 없이 졸속으로 결의했습니다. 이것은 한국교회 역사상 두고두고 회자될 서글픈 뒷걸음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2020년 오늘, 우리는 또 한 번의 중요한 순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졸속으로 통과시킨 위 법안에 근거하여 감리교단은 교리와 장정을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성소수자를 ‘축복’한 신실한 한 명의 젊은 목회자를 재판장에 세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는 경기연회 재판위원회에 회부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리교의 일원이자 성도이며 목회자인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큰 비통함을 느낍니다. 끝없이 뒷걸음질 치고 있는 감리교를 이번만큼은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이 땅의 차별당하고 소외된 이들이 마음 놓고 예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하나님의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교회가 혐오의 뒷걸음질로 인해 오명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감리교는 시대에 역행하는 혐오의 뒷걸음질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이동환 목사는 감리교의 뒷걸음질을 멈추기 위해 몸소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위협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허락한 목회적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보듬고, 나아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23대 총학생회는 이동환 목사를 지지하며 그의 행보를 열렬히 축복합니다. 또한 이동환 목사와 함께, 시대에 역행하는 혐오의 행태를 멈추는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2020년 7월 2일

상생의 거센 물결 일천의 씨알되기
감리교신학대학교 제 23대 총학생회

김은선 박민 박승하 박장용 박효민 이관택 장남수 정규식 현윤정 홍순오

이전 장병선 2020-07-03 이동환 목사는 두고 차라리 내 목을 쳐라/남재영
다음 장병선 2020-07-03 동성애는 인류 망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합법화 막지 못하면 가정 다 무너질 것/유기성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