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궂이

이경남
  • 1214
  • 2020-08-04 06:35:34
날궂이
-이경남

뒤늦은 장마에
세상이 어지럽다
중국에선 대피령이 내려지고
국내에도 200미리 300미리 물폭탄이 떨어지며
소동이 일어난다
마침 아산에서 음봉으로 고개를 넘는 지금
하늘에선 장대비가 쏟아지며 길을 막는다
그러나
나는 되려 이런 혼돈과 격정이 너무 좋다
유년 시절 장마라도 시작되면
신발도 속옷도 다 벗어던진 채
빗속에 흠씬 젖던
그 신명 때문일까?
나는 지금도
하늘 가득 검은 구름 몰려오고
그 속 뇌성이 울고
뇌광이 번쩍이고
그러다가 마침내
폭풍우가 되어 온 천하에 휘몰아치면
경이로운 심정으로
그 혼돈과 암흑의 세계로 뛰어 든다
그리고
그 열정과 격동의 기운을
내 가슴 깊이 담는다

2020.8.3.월요일 아침 폭우 속에서 음봉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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