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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곳에도 계시는 하나님(칼럼)
백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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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19 02:32:22
백승학
리처드 칼슨이 쓴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가 출간되었을 때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듯 느껴진다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사소한 일로 인해 오래된 친구와 멀어지고, 부부 싸움을 하고, 심지어 자신에게 소중할 수 밖에 없었을 계획이나 목표 까지도 사소한 것에 연연하다가 망쳐본 기억을 적잖이 가지고 있던 사람들 중에는 더 이상 사소한 것들에 속지 않겠다는 결심을 되새김질하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간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사소한 일들에 대한 대처 방식에 있어서 리처드 칼슨이 던지는 지적을 결코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므로 내가 이 책의 제목이나 내용에 굳이 이견을 낼 입장은 못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한 가지, 우연하게도 이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것과 같은 해에 개봉되었던 프랭크 코라치의 ‘웨딩싱어’라는 영화의 어느 사소한 장면을 통해 때로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마음을 남달리 간직해 둔 것 역시 내게는 사소하면서도 더없이 소중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웨딩 싱어’에서 여주인공 드류베리모어는 약혼자 글렌과 함께 바람마저 설레는 어느날 라스베가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늘 라스베가스를 오가는 글렌과 달리 드류베리모어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비행기 좌석 번호에 따라 먼저 창가 자리에 앉은 글렌에게 라스베가스의 야경을 창가에서 바라 싶다며 드류베리모어가 좌석을 바꿔달라고 한다. 하지만 글렌은 태연하게 거절하였고 표정이나 태도에서도 미안한 기색이라곤 없었다. 이 때 드류베리모어는 글렌과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속으로 결심한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아니, 그런 사소한 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니!’하고 쉽게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공감을 화면 가득 느끼게 된다.
비슷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이와 반대의 결과에 해당 되지만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한 이야기가 구약성서에도 등장한다. 아브라함의 아들인 이삭의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고 두루 다니던 엘리에셀이 어느 시골 마을에서 마침 물동이를 이고 가는 아름다운 처녀, 리브가를 만난다. 엘리에셀은 그녀에게 물 한 그릇을 청하였다. 그때 리브가는 급하게 물동이를 내려 엘리에셀에게 물을 마시게 하였다. 그리고 엘리에셀의 낙타에게도 물을 마시게 하였다. 물 한 그릇을 청했을 때 급하게 물동이를 내리는 모습과 낙타에게도 물을 마시게 한, 어쩌면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는 리브가의 행동이 엘리에셀에게는 이삭의 신붓감을 결정하는 중대한 단서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구약성서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모세 역시 하나님의 지시에 급하게, 그리고 진심으로 반응하는 지도자였다. 그리고 사소한 것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물을 줄 아는 지도자였다. 어느 날 모세는 광야의 떨기나무 불꽃이 타고 있는 광경을 멀리서 보게 되었다.
뜨거운 태양 볕 때문에 마른 풀에 불이 붙을 수도 있겠거니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모세는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불꽃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기적을 보았고 모세가 어디로 가든지 함께 하실 것이라는 하나님의 음성도 들었다.
이스라엘 아합왕 시대의 선지자 엘리야 역시 다르지 않았다. 엘리야는 이세벨 왕비의 살해 위협에 쫓기다가 바란 광야로 들어간다. 그는 로뎀나무 아래에서 휴식을 취한 후 40일을 걸어 호렙산 동굴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엘리야는 큰 바람이나 지진 속에서가 아닌 사소하게 느껴졌을 법도 한 세미한 소리 가운데서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선지자라고는 겨우 나 혼자 남았노라고 하소연하는 엘리야를 향해 아직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아니한 7000명을 이스라엘에 남겨놓았다고 엘리야에게 말씀하셨다.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 대부분은 사소한 시간들과 사소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사소함 속에도 언제나 머물러 계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소한 것들 중에 연연해하지 않아야 할 것도 물론 있지만 목숨처럼 소중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혹여 사람들을 대할 때도 사소한 일에도 귀 기울여주고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잃지 않는다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께로부터도 하나님을 존중하는 자라 여김을 받게 될 것이다.
“그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풀 것이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구약성서 이사야 42장 3,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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