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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서드】명예권사(名譽勸士)
함창석
- 1194
- 2020-08-16 00:45:04
시인/ 함창석 장로
천 구백 삼십년 초에 태어나
영랑 두메산골에서
어리시던 소녀시절을 보내시며
학교문턱에 한 번도 못가 보셨던 우리 어머니
육이오 후 마을 야학에도
아들 딸 낳아 기르시느라 갈 수가 없으셨으니
용산역에 도착하는 날이면
안내판글자를 읽지 못하셨기에
아들과 함께 라야 겨우 흑석동 찾아오셨던 분
환갑이 다 되어서야 교회를 다니시며
찬송가를 통해 터득하시더니
일흔 되는 나이에 성경도 읽고 쓰게 되시었지
양자로 간 아들이 여름방학이 되어
고향 친가를 찾을 때면
친 어머니는 논에서
낡은 내 교복을 입으시고 잡 피를 뽑아내셨다
같이 살지 않아 알 수는 없었으나
글 몰라 가끔 아버지께 핀잔을 듣곤 하셨지만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처럼
학생이 된 기분이셔 좋으시다나
마냥 흐뭇해 하셨던 그 기억 지금도 생생하지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성경 필사를 하며
아들 낡은 교복을 입었던 한 마음에 사신다며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으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