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입장 표명이나 감리회 정책과 관계되지 않은 내용 등 "감리회 소식"과 거리가 먼 내용은 바로 삭제됩니다.
로뎀나무그늘교회 연대성명
김신애
- 1577
- 2020-08-15 08:34:50
“너희는 육체를 따라 판단하나 나는 아무도 판단하지 아니하노라”(요한복음 8:15)
우리는 하나님의 진리와 은혜로부터 스스로를 떼어놓을 수 없는 성소수자들이 모여 신앙 안에서의 삶을 지켜가고 있는 로뎀나무그늘교회입니다. 사회의 냉대와 멸시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기는 어려웠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시는 주님의 사랑 안에서 감사와 순종의 마음으로 그분의 뜻을 받들며 25년간을 이어온 교회입니다.
당신들이 예수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무자비하게 떠들어 댈 때에 우리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당신들의 믿음이고 또한 자유라는 사실을 우리는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이 성소수자들에게 축복을 베푼 이유만으로 이동환 목사님을 교단 종교재판에 회부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너무 마음 아프고 안타까웠지만 우리는 참았습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그 분을 더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선량한 성소수자들의 삶을 향한 이동환 목사님의 축복을 극악한 n번방 범죄 그리고 음란물 제작촬영에 비유하는 당신들의 도 넘은 행태를 보며,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마음으로 이렇게 입장을 전하는 바입니다.
먼저 묻겠습니다.
당신들이 함부로 우리와 비교한 n번방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당신들은 그 어떤 성명이나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습니까? 또한 우리와 비교한 음란물 제작 영상업체들에는 한 번이라도 항의나 비판의 성명을 내신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들이 이런 범죄들에 비교할 정도로 여기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삶을 단 한번이라도 ‘실제로’ 만나 듣고 보신 적이 있습니까? ‘실제로’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들을 극악한 범죄자로 낙인찍고 멸시와 차별을 행하는 것이 예수님으로부터 받은 당신들의 복음입니까?
감리교는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의지와 이성 속에서 그분의 뜻을 찾고, 시대의 변화를 합리적으로 포용하며 그리스도의 환대와 섬김, 희생의 사역을 실천해온 교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죄송하게도, 감리교 동성애대책위원회가 보여주고 있는 행태에는 근본주의적인 독선과 무례, 무지함과 무자비함이 느껴질 뿐 감리교가 이어온 관용과 섬김,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성명서의 글이, 글을 읽은 감리교 분들에게 어떤 당황감이나 모멸감, 혹은 분노를 일으켰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마음껏 휘두르는 혐오와 차별 속에서 이 땅의 성소수자들은 그보다 수십 수백 배 큰 모멸감과 상처, 분노를 안고 평생 살아간다는 혹은 죽어간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가운데는 여러분의 자녀, 형제, 친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들 때문에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실망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하십시오.
그리스도의 복음은 결코 특정 교파나 그 누구의 전유물일 수 없습니다. 우리 성소수자들 역시 세상의 다른 누구와 똑같이 복음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얻으며, 구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동환 목사님으로부터 예수께서 주신 이 숭고한 진리를 봅니다. 이에 간절한 마음으로 감리교 분들에게 아래와 같이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1.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들과 이동환 목사님에게 가하고 있는 종교적 폭력을 당장 멈추고 사과하십시오.
“너희 가운데서 죄가 없는 사람이 먼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
2. 기독교대한감리회는 무조건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정죄에 앞서 교단의 합리적인 신앙전통에 따라 성소수자들과 엘라이들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살펴보십시오.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마태 25:40)
3. 기독교대한감리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정죄와 심판의 자리에서 사랑과 포용, 섬김의 자리로 되돌리십시오.
“예수 안에서는 유대 사람도 그리스 사람도, 종도 자유인도, 남자도 여자도 없으며 모두가 하나이기 때문입니다.”(갈라 3:28)
하나님께서는 성소수자들 또한 사랑하십니다.
온갖 혐오와 핍박 속에서도 꺼지지 않은 로뎀나무그늘교회의 25년이 그 증거입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에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8월 1일
로뎀나무그늘교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