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서드】전염역병(傳染疫病)

함창석
  • 1104
  • 2020-08-22 20:59:09
전염역병
傳染疫病

시인/ 함창석 장로

여호와께서 네 몸에 염병이 들게 하사 네가 들어가 차지할 땅에서 마침내 너를 멸하실 것이다. 폐병과 열병과 염증과 학질과 한재와 풍재와 썩는 재앙으로 너를 치시리니 이 재앙들이 너를 따라서 너를 진멸하게 할 것이라. 네 머리 위의 하늘은 놋이 되고 네 아래의 땅은 철이 될 것이다.

조선 17세기 재해는 냉해, 가뭄, 수해, 풍해, 충해 등에 전염병과 가축병이 겹치며 역사에 기록될 만한 대재앙으로 인식되었다. 그리하여 불길한 징조는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조선 땅 곳곳의 백성들이 재해, 염병, 우역 등 3대 악재에 시달리며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원인도 모른 채 느닷없이 찾아온 전염병에게 사람들은 순식간에 온 마을을 빼앗겼다. 철새가 날아오는 겨울철이 되면서 전염병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보통 경우는 겨울에 잠복했다가 춘궁기와 겹치는 봄여름에 유행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예상을 깨고 겨울에 더 극성을 부렸다.

죽음의 병은 바다 건너 제주도까지 침범했다. 그 결과 병에 걸린 사람이 도마다 수천 명에 이르렀다. 봄철 석 달 동안 전국에서 무려 1만 1천 4백 명 이상이 감염되면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전염병이 천변재이와 자연재해로 시달리는 조선 사회의 또 다른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겨울에 잠복하였다가 춘궁기와 겹치는 봄여름에 유행했는데 이번 경우는 예상을 깨고 겨울에 더 극성을 부렸다. 그리고 보통의 경우는 북쪽 지방에서 시작하여 큰 피해를 내며 남하하는 루트를 탔는데 이번 경우는 남쪽 지방에서 시작하여 엄청난 피해를 내며 북상하는 루트를 탔다.

전염병이 발생한 집이나 마을을 알리어 사람들이 그곳에 접근하지 않도록 차단해야 한다. 이 때 감염된 집이나 마을의 입구를 소나무 가지로 막아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지붕에 가시나무를 올려 모든 사람이 전염병 환자의 집이라는 사실을 알도록 하는 방법이 오직 취해졌다.

전염병에 걸려 죽은 자를 얼른 땅 속에 묻어 병균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병막, 피막, 산막이라 하는 오두막을 지어 환자를 격리·수용하고, 감염자의 옷가지 등을 태우는 일도 해야 한다. 이 오두막의 장면을 하멜은 다음과 같이 기록으로 남겼다.

전염병에 걸린 환자는 당장 마을 밖 들판의 작은 초막으로 데려가 거기서 살게 한다. 간호하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그 환자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 근방을 지나가는 사람은 그 환자의 앞쪽에 있는 땅에 침을 뱉는다. 간호해 줄 친구가 없는 환자는 그대로 내버려진 채 죽게 된다.

하루라도 빨리 전염병 환자를 치유하여 소생시키려고 정부 관청관리는 도성과 지방에 의관과 의녀, 그리고 의서와 약재를 보내어 병든 자를 치료하도록 했다. 감영 소재지에 있는 심약이라는 의관에게도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구미강활탕이라는 약제를 복용하도록 권했다.

활인서에 막사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지만, 수용 능력은 1천 명 정도에 불과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천 명에 이르는 환자들을 두 활인서에서 100% 수용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심지어 창덕궁의 근처 민가와 담장 너머 경비 초소까지 번졌다. 궁궐까지 엄습한 전염병으로 난리였다.

서울에는 내의원, 전의감, 혜민서 등의 의료 기관이 있었다. 전의감은 의약 행정과 의학교육을 맡는 기관이고, 혜민서는 공무 의료와 함께 대민 의료를 맡는 기관이다. 도성 안의 전염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활인서가 동소문 밖 연희방과 남대문 밖 용산강 등 두 곳에 있었다.

서울에서 발생한 전염병 환자는 이 활인서에 수용되어 구호를 받았다. 활인서는 공조, 진휼청, 의국으로부터 환자를 수용할 움막용 천막자리, 급식용 식량간장소금, 치료용 의사약재를 지원받았다.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수용했다. 어린이와 부녀자들을 의녀가 돌보았다.

당시 방역과 치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감염 지대에서 멀리 도망쳐 나오는 방법 외에는 특별한 대책이 없었다. 병원균은 냉기가 있거나 냉수가 흐르는 차가운 곳에서 활동할 수 없다. 인적이 드물어 감염되지 않은 깊은 산속은 피역 생활을 하는 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아무리 자연 재해라 하나 마을사람들은 동네 어귀에 있는 장승에 기도를 하며 전염병이 물러가기를 기원했다. 또 대문 앞에 새끼로 만든 금줄을 쳐놓고 전염병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빌었다. 처용의 그림을 대문에 붙이고, 부적을 몸에 간직하고, 무당을 불러 굿판을 벌리기도 했다.

여제란 전염병을 몰고 온 나쁜 귀신을 물러나게 하려고 하늘에 올리는 제사이다. 읍내에 나라와 고을의 안녕을 비는 문묘, 여단, 성황단, 사직단 등 1묘 3단의 제단이 있다. 그 가운데 여단은 대부분 읍내의 북쪽에 있는데, 북쪽은 음양에서 음 즉 귀신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조선 정부는 빈발하는 역병에 대처하려 동의보감 같은 거질의 의서보다는 간단히 요약하거나 혹은 온역이나 두창 등 전문 분야만을 더욱 특화시켜 정리한 의서들을 대거 발간했다. 그런가 하면 기근과 전염병을 함께 다룬 산림경제가 생활백과전서로 간행되어 널리 유포되었다.

21세기에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인한 막대한 피해가 속출되고 있다. 거기에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지구촌 나라마다 아주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두가 지구한경을 파괴하여 온난화현상으로 인한 재앙을 인류에게 내리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방역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의 협조가 없으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코로나의 초기와는 다르게 바이러스 변종도 많고 바이러스도 더 강력해졌기 때문에 만약 또다시 대 유행을 하게 되면 지난 번 보다 훨씬 오래 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개개인의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게 되었다. 다중 집합 시설을 중심으로 수도권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에서 크고 작은 감염이 확산되면서 전국의 지역 사회에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바울은 ‘내가 참말을 함이나 누가 나를 보는 바와 내게 듣는 바에 지나치게 생각할까 두려워하여 그만두노라.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이는 나를 쳐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려 하심이라.’ 하였다.

성경의 기록을 통하여 예배를 생명처럼 가치 있는 것으로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한 예방수칙을 지키는 속에 예배모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감염전파는 생명을 위협하는 단초가 된다. 지금은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교회 속에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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