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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약자가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 캄비세우스 왕의 심판
임재학
- 2060
- 2020-08-26 13:47:19
제라드 다비드(1460-1523). 1498년.
목판에 유화. 브뤼헤 그루닝 시립미술관
주전 6세기 페르시아 캄비세우스 왕의 심판을 나타내는 이 그림은 두 폭의 패널화로 구성됩니다.
왼편 그림은 캄비세우스 왕이 부정을 저지른 재판관 시삼네스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장면입니다. 그의 죄는 그림 왼쪽 상단에 조그맣게 그려져 있는데, 뇌물을 받고 불의한 재판을 한 것입니다. 뇌물수수죄로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법정신을 깬 것입니다.(파일1)
오른편의 그림은 체포된 시삼네스에게 처해지는 형벌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산 채로 그의 가죽을 벗기는 끔찍한 형벌로, 이 모습을 캄비세우스 왕과 신하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오른편 그림의 오른쪽 상단에 보면 캄비세우스 왕은 시삼네스의 아들 오타네스를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다시 판관에 세웠는데 그가 앉은 의자는 오타네스의 아버지 시삼네스의 가죽으로 덮혀 있습니다.(파일2)
그래서 이 그림의 부제는
'당신이 어떤 의자에 앉아 판결하고 있는지 명심하라' 입니다.
실제로 캄비세우스 왕이 이런 끔찍하고 참혹한 형벌을 집행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는 고대 폐르시아제국의 성군으로 불리워지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 속 내용은 고대 역사가 헤로도투스(주전484-425년?)의 '역사'(Historiae)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런 역사적 기록이 전해지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브뤼헤시의 공식 화가였던 '제라르 다비드'(Gerard David)가 시예산으로 그림을 그렸고 이 그림을 당시 벨기에 브뤼헤시(Brugge) 시청사 의원집무실에 전시한 데 주목해야 합니다.
당시 13세기 한자동맹의 가장 중심지였고 플랑드르 지방에 대한 실제적 통치권을 가진 브뤼헤시는 엄청 번영했지만 만연한 부정부패와 잘못된 재판이 많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 집행이 정의롭지 못하고 법관들이 뇌물이나 또다른 이유로 법과 양심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이익과 작은 패밀리의 이익을 위해 불의한 재판을 하게 되면 그 나라나 사회는 도덕성을 잃고 내부에서 스스로 붕괴되고 맙니다.
그래서 법관들에게
일반인보다 더 무겁고 엄한 형벌을 내림으로써 부패한 관리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법정의 불의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고대 페르시아 캄비세우스 왕의 이야기를 차용한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법 집행의 공정함을 계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브뤼헤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당시 최고의 화가에게 의뢰해서 그리게 했고 만인이 볼 수 있도록 시청사 '정의의 홀'에 전시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법정에 걸어둠으로 법관들로 하여금 부정부패와 타락을 늘 경계하고자 함입니다.
"당신이 어떤 의자에 앉아 판결하고 있는지 결코 잊지 말라"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이 기댈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법입니다.
또한 어떤 조직이던지 그 공동체를 유지하는 마지막 생명이 바로 법입니다.
억울한 사람들이 마침내 법정과 판결하는 법관마저 믿을 수 없는 사회나 공동체는 불행해지고 아무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사회는 혁명이 일어나 스스로 붕괴하거나 전쟁 같은 외부의 충격이 올 때 공동체 구성원이 스스로 그 사회를 지켜야 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우리는 '약속'(Testament) 이라고 말합니다. 약속은 법의 또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주신 '언약'이며 하나님과 인간이 맺은 '계약'입니다.
성경은 율법서인 모세5경 뿐 아니라(신16:18-20) 여러 곳에서 여러 번에 걸쳐 공정한 재판을 강조하며 뇌물을 받고 불의한 재판을 하지 말것을 수없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부나 고아 같이 가장 연약한 사회적 약자들의 불의한 재판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잘못된 일(죄악)이라고 분명히 말씀하고 있습니다.
법은 가장 연약한 사람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공의로운 재판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 앞에서 열리는 심판대에 서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너는 재판을 굽게 하지 말며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며 또 뇌물을 받지 말라.
뇌물은 지혜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의인의 말을 굽게 하느니라" (신명기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