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그리움

최천호
  • 1110
  • 2020-08-26 00:21:09
여름날의 그리움

언제든지 달려가 만날 수 있고
영상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어
마음속에 있던 그리움이라는
속병이 다 낳은 듯 살았는데

하루에 몇 번 뽀얀 먼지를 내며
읍내로 내 달리던 신작로와
그 길을 따라 줄지어 선 미루나무 옆으로
외로움을 감추고 서 있는 들녘
빈 밭을 지키고 서 있는 원두막,

소리 없이 밀려오는 바닷물에
길게 몸을 눕혀 잠겨 드는 해변과
반짝이는 하얀 소금, 그 소금을 받아먹는 검은 염전 창고

무섭도록 창문을 두드리고 지나간 소나기 뒤에
시샘하듯 오랫동안 서쪽 하늘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
저녁연기가 솟아오르는 어둑해진 산모퉁이를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좁은 길

깊은 밤 은하수를 건너는 나룻배와
졸음을 참고 빛을 내는 그 많던 별들
화장하지 않은 촉촉한 얼굴로 다가와 나를 깨우던 그 아침과
이제 막 잠자리에 들려는 피곤함에 지친 반달

매일 볼 수 있었던 검게 탄 얼굴들이
느리게 걷는 여름 오후,
끝내 붙이지 못한 편지처럼
오늘은 종일 가슴에 매달려 있다

이전 김우겸 2020-08-25 장정유권해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함창석 2020-08-26 【메서드】소선지자(小先知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