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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네(시)
백승학
- 1158
- 2020-09-02 05:33:35
백승학
적막한 날
낮게 뜬 구름이 가슴을 적셔주듯
조금씩 다가들고
오래 아프던 날의 창문 아래로 치자나무
가지들 저토록 흔들리는데
길고 오래된 여름이,
통증 같은 여름이,
마침내 구름보다 느린 여름이
지나가네.
무심한 날
흐린 바람만 가득한 곳에는
햇살의 온기 간 데 없고
누군가 떠나던 날의 뜨락 너머로 수국 나무
잎사귀들 무수히 흔들렸는데
멀고 힘겹던 여름이,
눈물 같던 여름이,
마침내 바람보다 서럽던 여름이
지나가네.
깊은 밤에는
혼자 깨어있어도 좋으리
비 오는 어느 처마 곁을 지날 때는
두런대는 불빛마다 정겨우리.
찌빠귀새 울어대던 유년의 하늘 위로
세월의 향기마저 꿈결처럼 멀어질 텐데
그립고 아득할 여름이,
꽃잎 같을 여름이,
마침내 불빛보다 눈부실 여름이
지나가네.
출처)
https://facebook.com/seunghaak.ba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