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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회 은급제도, 희망을 말하다 [협성포럼]
김교석
- 1615
- 2020-11-11 18:50:56
2020. 11. 9 (협성포럼)
김 교 석 목사 [덕교교회]
제30회 총회 신은급법대책위원회 조사연구위원장
1. 은급은 본래 희망이다.
한국교회 최초로 감리교회는 은급제도를 시작하게 됩니다. 1980년대 초반에는 아직 노후연금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시기인데, 감리교회는 1983년 9월 30일 총회에서 은급제도를 결의했습니다. 감리교회 제15회 총회 특별총회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교역자은급규정>이라는 명칭으로 은급법이 결의되었습니다. 그래서 1984년 1월 1일부터 교회은급부담금 1%, 기존 모든 교역자의 생활비 1개월분의 50%, 당해 연도 허입자 생활비 1개월분을 은급기여금으로 내는 것을 재원으로 하여 감리회 은급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은급혜택은 1985년부터 받습니다. 목회연한 1년에 1,700원을 은급기준금으로 정하여 40년을 목회할 경우 매월 68,000원을 지급했습니다. 그 당시 감리회 교역자들은 다른 어떤 교단에서도 시도하지 못했던 이와 같은 일을 해내는 감리교회에서 목회한다는 사실을 너무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때까지 은퇴 후에 이런 보장을 해주는 교단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감리교회 교역자들은 목회현장 상황이 어떠하든 간에 은퇴 후에는 모든 교역자들이 목회연한에 따라 감리교회로부터 일정액의 은급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와 함께 여타 교단 교역자들은 감리교회 교역자들을 매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은급제도는 감리회 교역자들의 희망과 자부심이요 기대였습니다. 역시 감리교회는 다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은급제도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그러나 은급제도가 시작된 지 15년 정도 지난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그 희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은급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는 국민연금이 대중화되면서 노후연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기 시작한 때입니다. 그러나 당시 감리교회 교역자들은 국민연금에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감리교회에서 은퇴 후에 100만원씩 은급금을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감리회은급재단은 1985년 이후 15년 동안 목회연한 1년 기준 1700원을 지급하던 은급금을 25,000원으로 15배 가까이 상향시켜 놓았습니다. 은급부담금은 15년 동안 여전히 교회경상비 결산의 1%를 부담하고 있었지만, 은급혜택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린 것입니다. 일반 교역자들은 감리교회에 대한 신뢰가 컸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되나보다 하는 생각만 할뿐 은급기금고갈이라는 암초가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은급제도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연금제도입니다. 연금은 수입과 지출이라는 통계와 기금의 수익률이라는 변수에 의해 좌우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수입이라는 분모는 그대로 두고, 지출이라는 분자는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갔으니 머잖아 가분수가 될 수밖에 없는 재무구조를 가지게 될 것임이 자명한 일입니다. 그래서 은급재단이 꺼내든 카드가 교역자은급부담금(수혜자부담금)이었습니다. 2000년도 이전까지는 교회은급부담금 1%가 은급기금의 주재원이었습니다. 주재원인 수입은 그대로 두고, 혜택은 15배 가까이 올려놓았다면 통계상 이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수입구조를 늘리는데, 그것을 향후 은급혜택을 받을 당사자들이 수혜를 받게 되니 내야 한다는 논리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당시에는 잘 몰랐습니다.
교회은급부담금만으로는 은급기금에 고갈이 올 수 있다는 예측은 어렵지 않습니다. 수입과 지출이라는 통계만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기금을 감리교회가 공동으로 마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교역자 개인에게 부담시키겠다고 생각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교역자(개인)은급기여금제도인 것입니다. 모든 정회원은 10년마다 1회씩 생활비 본봉 1개월분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감리교회의 공교회성과 연대주의에 대한 신뢰가 강했던 대다수 교역자들은 그렇게 하면 은급제도가 잘 유지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섣부른 기대였고, 이 제도를 시행하진 불과 4년만인 2004년부터 교회부담금은 1.5%로 50% 상향되었고, 교역자은급기여금은 10년에 1회 내기로 했던 것은 없애고 3년에 1회씩 생활비 1개월분을 내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08년 1월 1일부터 전혀 다른 은급제도를 “신은급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나 신은급법은 감리회공동체의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시행 첫 해부터 젊은 교역자들로부터 엄청난 저항의 파도에 부딪혔습니다.
신은급법은 이미 폐지되었지만, 가장 큰 폐해는 감리교회 교역자들을 연령대별로 3분하여(1958년 6월 이전, 1958년 7월~1968년 6월, 1968년 7월 이후) 서로 다른 은급제도를 적용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시도는 감리회의 공교회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세대별 불신과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습니다. 감리회의 공교회성을 대표했던 은급법이 오히려 감리회 젊은 교역자들에게 절망으로 다가왔습니다. 은퇴 후에는 모두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산산 조각나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허무는 일은 한 순간입니다. 신은급법의 폐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들끓는 여론을 잠재울 방법이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제30회 총회 석상에서 ‘신은급법대책위원회’라는 특별기구가 조직되었던 것입니다. 이 위원회를 통하여 은급제도 전반을 연구하여 지속가능한 은급제도를 만들어서 장정개정위원회에 제안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2.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서
신은급법은 감리회 교역자들의 희망을 산산조각 냈습니다. 제30회 총회에서 특별기구로 ‘신은급법대책위원회’를 조직한 것은 그나마 잃어버린 희망의 불씨를 다시 피우는 소중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필자는 위 위원회의 조사연구위원장으로서 은급제도 전반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감리회 은급제도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감리교회에서 평생 목회하고 은퇴한 교역자들의 노후생활을 “감리교회가 책임져 주겠다”는 공교회정신입니다. 목회현장의 상황은 서로 상이할 수 있고, 그 상황에 따라 교역자의 경제상황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목회를 마치고 나서 은퇴한 후에는 오직 목회연한에 따른 차이 이외에는 모두 동등한 혜택을 보장해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감리회 교역자들의 노후생활에 충분한 보장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생각으로 은급법으로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귀하고 아름다웠던 것입니다.
신은급법대책위원회 조사연구위원회에서는 일단 감리회의 은급상황을 정확하게 분석•평가하기로 하고, 전문 컨설팅업체를 통하여 지속 가능한 감리회 은급제도를 만들기 위해 시도했습니다. 당 위원회는 우선 한 가지 문제를 정리하기로 했는데, 그것은 최대한 공교회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은급제도 시초부터 생각했던 “감리교회가 감리교회에서 목회하다가 은퇴하신 교역자들의 노후생활을 책임진다”는 방향성이었습니다. 그래서 교역자개인이 부담하는 개인부담금제도를 폐지하고, 공교회인 감리교회가 모든 재원을 부담하는 제도였던 것입니다. 그 재원은 모든 개체교회가 부담하는 은급부담금이 주재원이었습니다. 물론 기타 재원으로는 모든 교역자들이 허입할 때 내는 허입부담금이나 은급재단의 임대수익 정도 그리고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정도가 있습니다. 이렇게 방향을 정하고 나니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해졌습니다. 수입구조와 지출구조를 컨설팅하면 되었습니다. 모두 30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가장 실현가능성이 있는 안을 공청회 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연회별로 공청회를 실시했습니다.
공청회 안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개인부담금은 폐지하고, 교회은급부담금을 주재원으로 하여 1.5%였던 부담금을 3%로 상향하는 것이고, 은급혜택은 매월 76만원으로 줄여서 지급할 경우 은급기금의 고갈 없이 감리회 은급제도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컨설팅 결과 당시 현행대로 매월 100만원씩 은급금을 지급하려고 한다면, 은급부담금이 4.5%가 필요했습니다. 위에 소개한 시나리오의 예측으로는 은급대상자의 최 정점은 2044년입니다. 2044년(대상자 약 5,500명)까지만 유지할 수 있으면 감리회의 은급제도는 지속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통계입니다. 그러나 감리교회 정서는 달랐습니다. 이 안대로 실시할 경우 당시 1.5%였던 부담금은 두 배인 3%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거부감이었고, 매월 100만을 받았던 혜택을 24만원 줄여서 76만원만 받아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거부감이었습니다. 만약 이 안을 감리교회가 수용했다면, 최소한 잃어버린 20년 중에 10년 정도는 줄일 수 있었지만, 당시 상황은 더 내고 줄여야 한다는 것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現) 은급상황을 살펴보면, 당시 공청회 안이 실현 불가능한 안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은급재원은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은급부담금 2%, 본부부담금 전환 0.2%, 교역자은급기여금 0.5%입니다. 모두 합하면 2.7%의 부담금 재원으로 은급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시 예측했던 3%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급혜택도 역시 다소간 감소되었습니다. 100만원을 고수하려 했지만, 최대 92만원이 되었습니다. 76만원과 16만원 차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2.7%의 재원으로 92만원을 지급하는 현 제도는 통계상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2.7%의 재원으로 지속 가능한 지급액은 대략 68만 원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매월 1인당 24만원씩 과 지급되고 있는 현실은 후세대가 받아야 할 혜택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다면 여전히 은급제도는 불신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나만 살겠다는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서 함께 살자고 하는 마음 하나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해법은 그다지 멀리 있지 않습니다. 공교회성을 회복하려는 공감대만 있으면 됩니다.
3. 은급제도를 살릴 대안은 있는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모두 함께 사는 길은 감리회 은급제도가 처음부터 추구했던 ‘은급정신’으로 돌아가서 은급을 다시 세우는 일입니다. 현재 목회현장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2020년 상황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예배하는 것조차 눈치를 보아야 하고, 그와 함께 개체교회들의 재정상황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상황에 함몰될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은 언제나 유동적입니다. 우리는 흔히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말을 습관처럼 합니다. 초대교회는 여러 모습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나눔’의 모습입니다.
“그 중에 가난한 사람이 없으니 이는 밭과 집 있는 자는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매 그들이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줌이라”(사도행전 4:34~35)
초심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감리교회에서 목회 후 은퇴한 원로들의 노후생활을 감리교회가 책임진다!” 여기서부터 답을 찾으면 해법이 보입니다. 정신이 있고 마음이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습니다. 감리교회 은급제도는 최소한 3층 집을 지어야 합니다.
첫째, 은급혜택은 통계상 기금고갈 없이 지속가능해야 합니다(1층).
본래 은급제도를 시행하던 취지대로 교역자은급기여금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현재 개인이 내는 은급기여금은 연 0.5%의 기여도를 가지는데, 사실 현재 2.2%의 부담금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수 있습니다. 부담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말미암아 통계표상 경상비 보고를 축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담금만 정확하게 바로내기 운동을 벌인다면 현재보다 50%는 더 수납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감리교회의 공교회성의 회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공교회성의 회복과 함께 부담금 바로내기 운동을 하면, 현 부담금 체계로도 은급금은 매월 80만 원까지 가능할 수 있습니다.
둘째, 국민연금을 적극 활용하는 것입니다(2층).
그러려면 교역자은급기여금을 폐지해야 합니다. 교역자은급기여금도 내고 국민연금도 가입할 수 있는 교역자도 없잖아 있겠지만, 대다수 교역자들의 목회현장은 경제적으로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전체 감리교회 중 50% 가까운 교회가 비전교회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교역자은급부담금을 내고, 또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교역자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교역자들도 적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연금 가입이 어려운 이들이 있습니다. 국민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교역자들은 지방회, 연회 차원에서 지원하면 됩니다. 현행 국민연금은 20년 이상 불입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은 어느 연금보다 안정적입니다.
셋째, 은퇴 후 주거시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3층).
재정이 넉넉한 교회에서 은퇴하면 은퇴예우를 어느 정도 받지만, 그렇지 못한 교회에서 교역자가 은퇴한다고도 하여도 은퇴예우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은퇴와 함께 당장 주거문제가 대두됩니다. 이 문제로 인하여 부정적인 현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전후임자 금전거래). 어쩔 수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주거를 마련할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감리교회의 모든 재산은 감리교회의 것이라는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어쩔 수 없이 임대주택 등에 거주해야 할 상황도 있겠지만, 이는 감리교회 교역자들의 면이 서지 않는 일입니다. 감리회 차원에서 원로원을 만들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개체교회가 은퇴예우로 마련해주는 주거시설을 은퇴교역자에게 증여할 것이 아니라 교회소유로 하는 것입니다. 교역자와 배우자의 생전에는 기거하다가 사후에는 교회소유로 하여 공유하는 것입니다(공유주택). 그래서 필요한 이들에게 무상대여해주는 것입니다.
또 하나, 은급기금 확충을 위하여 기부(모금)운동을 전개하는 것입니다. 은급부에 모금파트를 두고 감리교회에 속한 실업가 등에게 은급기금확충을 위한 기부운동을 전개하고, 실적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감리회 은급기금 확보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