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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힘이 세다
백승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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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18 20:25:41
백승학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야곱의 열 한 번 째 아들인 요셉은 아버지의 사랑을 특별하게 받으면서 자란다. 야곱은 그 많은 아들 중에 유독 요셉에게만 채색 옷을 해 입혔다. 자신이 라반의 집에서 14년 종살이를 자처하면서까지 아내로 맞이할 만큼 사랑했던 라헬의 몸에서 낳은 아들이었다는 점이 적지않은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셉은 이로 인해 이복 형들의 질투를 샀고 그들에 의해 애굽 상인에게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그 이후에 요셉이 애굽에서 겪은 삶의 갖은 고난과 질곡의 세월들은 대하 드라마 이상으로 파란만장한데다가 반전으로 가득차 있다. 그가 삶의 수많은 우여곡절을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하나 이겨내고 애굽에서 총리가 되었을 때 이 사실을 모르는 형들이 식량을 사기 위해 애굽을 방문한다. 자신들이 살던 가나안 땅에 심한 기근이 들어서 먹을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을 때 애굽 궁궐에서 그동안 비축해 두었던 많은 양의 곡식을 판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백성들에게 곡식 파는 일을 총괄하며 자신들의 앞에 서 있는 애굽의 총리가 자신들이 죽이려고 하다가 애굽 상인에게 팔아넘겼던 요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형들은 심히 놀라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때 요셉은 이렇게 말한다. “형님들, 저를 애굽에 판 것 때문에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지금 같은 날이 올 때 가족을 도우라고 하나님께서 저를 미리 이곳으로 보내신 것 뿐이니까요!”
요셉의 목소리는 마치 한 번도 상처를 받은 적이 없던 것 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따뜻하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본다. 첫째는 그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특히 아버지 야곱으로부터 넘치도록 받은 사랑 때문이었을 것이고 둘째는 살아계신 하나님께 대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요셉은 형들이 사냥하러 들로 산으로 뛰어다닐 때도 야곱의 무릎 앞에서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베푸신 은혜와 행하신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의 뿌리이기도 한 믿음을 쌓아갔을 것이다.
이처럼 사랑이 소중한 것은 삶의 어느 결정적인 시기마다 오직 사랑만이 역경을 견뎌내는 힘이 되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것이든 그것의 진정한 가치는 힘들고 어려울 때 드러나는 법이 아니던가.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힘이 세지 않던가.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필명으로만 써내려간 어느 작가의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수기를 아프게 읽어 내려간 적이 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느 여름방학 때 철원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 갔는데 그 곳에서 직업군인이던 친척 형의 권총을 몰래 가지고 놀다가 이웃집 여섯 살 된 남자 아이를 죽게 만든다. 그는 이 사건을 마음에서 지운 채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고 가정을 꾸렸으나 모든 것이 순탄해진 그 때부터 숨어있던 죄책감과 함께 죽음에 대한 생각이 그를 사로잡기 시작하였고 삶의 모든 의지와 의욕마저 잃어버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그가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죽은 아이의 몫까지 더욱 치열하게 살아내기로 마음을 바꿀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그가 큰 누나의 손에 이끌려 그 아이의 집을 찾아갔을 때 도무지 사람의 형상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헝클어지고 넋을 잃은 모습인 채로 그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여기서의 일은 깨끗이 잊거라. 이 일 때문에 너의 인생 까지 잘못되면 안된단다. 그리고 앞으로 아줌마 집에 자주 놀러오너라!”하고 말해주던 아이 엄마의 따뜻한 목소리가 가까스로 기억났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또한 그는 크리스천이었던 아버지가 간경화를 앓으면서도 진통제 한 알 제대로 사먹지 못한 채 가난 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은 일로 인해 예수님에 대해 지니고 있던 그동안의 깊은 반감 역시 눈녹듯이 사라졌는데 그것 역시 아이 엄마가 한 말이 기억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 온 몸으로 이해되어진 까닭이라고 쓰고 있었다.
사랑이 위대한 것은 아마도 세상의 가장 낮고 깊은 곳, 심지어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 혼자라도 남아서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줄 마지막 보루가 바로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랑은 미움이나 분노보다 넓고 넉넉하며, 절망보다 길고 끈질기며, 두려움이나 비난보다 높고 고귀하며 상처보다도 깊고 진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너희는 그 사랑의 넓이와 길이와 높이와 깊이가 어떠함을 깨달아 하나님의 충만하신 것으로 채워지기를 원하노라. ”(에베소서 3장 19절)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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