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이경남
  • 1291
  • 2020-12-22 02:15:42
미국과 한국에서 선거 부정과 싸우는 이들에게

동지
-이경남


동지가 되면 겨울은 가장 춥고 어둡다
태양을 축으로 거대한 타원을 그리며
우주를 유영하는 이 지구는
그 빛의 근원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극점에 이르며
차갑게 식어지고
밤도 가장 길어지며 칠흙같은 어둠을 만든다

이때가 되면
산하는 하얗게 눈에 덮혀
한기를 내뿜고
대지도 꽁꽁 얼어
풀 한포기 벌레 하나 살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고 만다
거기다 멀리 북극에서 밀려온
차가운 한류는
이 얼어 붙은 동토 위에 또 다시
매서운 한기를 쏟아 부으며
이 땅을 더욱 춥게 하고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더욱 움추리게 만든다

이 매서운 추위 앞에서
우리는 동면하는 짐승처럼
음침한 토굴에 누워 이 죽음의 계절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 어둠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그 삶에의 의지와 열정을 가지고
이 절망의 순간을 헤치며 나가는 이들이 있다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어두운 극점을 지나서부터
다시 이 지구는 빛을 향해
이제는 혹한이 아니라 혹서의 극점을 향해 나아가고
우리들의 대지엔 빛과 온기가 더해지기 시작한다

아직 1월 초순의 한겨울이지만
이제 한파의 극점을 지난 지금
이 얼어붙은 하늘과 땅에서는
이런 생명의 역사가 다시 움트고 있다

멀리 고비 사막에서 발원한 열사의 바람은
동으로 남하하며 시베리아의 한류를 몰아내고
따스한 생명의 기운을 다시 불어 넣고
굳게 얼었던 대지도 풀어지며
다시 부드러운 옥토로 돌아가고
한기로만 가득해 살을 에던
차가운 바람도
이젠 제법 유해지며 우리의 피부를 어루만진다

우린 지금 한겨울의 추위 속에 놓여 있고
봄이 오기까진
아직 한참을 더 인내하며 기다려야 하지만
이미 이 거대한 구체가 아득한 우주의 끝
어느극점을 돌아
남으로 향하고 있나니
이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되려 기뻐하며
움추렸던 우리의 몸과 마음을 크게 펴고
이 추위와 어둠에 맞서
당당히 나아갈지니라

2017.1.5 고향 둔포의 장자울 저수지 인근 산하를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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