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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 막 들어와
함창석
- 1153
- 2021-01-17 04:43:43
함창석
신에게 바치는 술항아리에
덮개로 씌워진 하얀 헝겊마저
날 저물어 어두워지나
풀 한 포기마저
자라지 못하는 돌 모래밭으로
온갖 들판 바뀌어가나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나무숲 우거진 우리 마을에는
복 샘이 솟아나니
어미와 새끼 소 두 마리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놀다가
외양간 바라 기다렸지
장독대에 정한 수 올리며
두 무릎을 꿇고
간절히 소원하던 우리 할머니
송아지도 어서 자라
여러 새끼손을 잘 낳아달라고
빌고도 빌고 또 빌었으니
큰 복이 막 들어와
소가 집이 되고
논밭이 되어가는 소박한 꿈에
온 식구가 일하였으니
가난을 몰아내고
초가도 기와로 바꾸어 올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