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름 강변에서

이경남
  • 1236
  • 2021-02-15 18:11:42
비구름 강변에서
-이경남

막바지에 이른 겨울 들녘에
비바람이 치고 있다
길게 누워 해빙된 강물 위로는
안개구름이 덮이며
신비감을 더한다
불현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숲으로 산으로
강으로 호수로 달려 가고픈
충동에 사로잡힌다
나 태어난 화천의 강변이라도 좋고
사시사철 비구름 산허리에 감기는 태백의 어느 산간이거나
익숙한 횡성호변이나 산자락
아니면 학창 시절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금강의 어느 강변이라도 좋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빛이라곤 한 점 없는
아직 사람의 손길 타지 않은
백두고원 원시의 삼림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거기서
과수 나무나 꿀벌들을 키우고
순한 가축들을 식구 삼아
자연에서 얻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그런 순환적인 삶을 살고 싶다
어지러운 세상사일랑 다 벗어 던진 채
나 자신 한 그루 나무가 되고 풀이 되고
흐르는 강물이 되고 떠도는 바람과 구름이 되어
하나의 자연으로 사는
그런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

2021.2.15.월요일 아침 비구름에 휩싸인 강변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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