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 목사, 교회재판에 서다-중앙일보 이가람 기자

장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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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7 08:58:00
[중앙일보] 입력 2021.02.24 05:00
이가람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선 연일 성소수자 논란이 뜨겁다. 성소수자 축제인 ‘퀴어 퍼레이드’의 개최 장소를 둘러싼 후보 간의 발언과 침묵 등이 선거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다. 이런 논란의 원조 격인 종교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개신교 주류 교단의 한 목사가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하면서 징계 여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축복’ 목사, 교회재판에 서다

개신교 내 ‘성소수자 축복’ 논란을 촉발한 당사자는 감리교 소속 이동환 목사(수원영광제일교회)다. 이 목사는 지난 2019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올린 것이 문제가 돼 지난해 교회재판에서 정직 2년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 목사를 교단에 고발한 목회자들은 그의 행동이 교단 헌법이 잘못으로 규정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직 처분을 내린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가) 퀴어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를 축복한 자체가 동성애 찬성의 증거”라고 밝혔다.

이에 이 목사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항소했다. 장로교와 함께 한국 개신교의 주축을 이루는 주요 교단인 감리교 소속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 행보와 교회재판을 통한 다툼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목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9명과 뜻을 함께하는 목회자·교인 등 30여명을 공동 변호인단으로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당시 이 목사 측은 “하나님의 뜻은 사람을 죽이고 저주하는 게 아니라 축복하고 살리는 데 있다”며 “어떤 이들은 성소수자에게 찬성이나 반대냐를 묻는다. 그러나 어떤 존재도 찬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럴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저 사랑하라 하신 말씀을 따라 마음을 다해 사랑할 뿐이다”라며 “저는 계속해서 이 땅의 소수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 축복하고 하나님의 사랑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공개 여부 갈등으로 항소심 파행

이 목사의 항소심 첫 공판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감리회 본부교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교회 재판은 각 교단이 규정한 교회법에 의한 것으로 일반적인 사법체계와는 달리 교단 내의 자체적인 절차다. 감리교의 교회 재판은 2심제이기 때문에 이번 항소심의 결과는 곧 확정판결을 의미했다. 교회법 전문가인 최득신 변호사(법무법인 평강)는 “교회재판 결과에 불복할 경우 일반 국민으로서 민사소송 등을 통해 사법부의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다”며 “다만 민법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도 교회재판의 결과를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심을 맡은 총회 재판위가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재판 시작 전부터 이 목사 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 목사를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감리교 헌법에도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명시돼있음에도 이동환 목사와 변호인 2명 외에는 참관인뿐만 아니라 기자조차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며 “코로나19가 이유라면 참관 인원을 줄일 수 있음에도 비공개를 강요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이 재판 공개 여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이 목사 측의 재판 연기 신청으로 항소심 재판은 다음 달 2일로 미뤄졌다.

교단 안팎으로 ‘성소수자 축복’ 논란 분분

이 목사의 행보는 교단 내 성소수자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켰다. 앞서 진보적 성향의 개신교 단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는 이 목사의 1심 판결이 나오자 성명을 내고 “온갖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성소수자들의 삶에 참여한 목사의 축복은 죄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목사를 지지하는 목회자들은 항소심을 앞둔 지난 22일 ‘혐오와 차별을 반대하는 감리회 모임’을 발족해 “마녀사냥식이 아니라 차분하고 이성적 토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저희 모임의 목적”이라며 “이 공론의 장을 통해 우리 감리교회가 사회와 소통이 될 수 있는 교단,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개신교 내에선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감리회거룩성회복을위한비상대책협의회를 이끄는 민돈원 목사는 “거짓된 사상과 가르침을 전파하고 일탈을 한 이 목사는 정직 처분이 아닌 출교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우 총신대 신학과 교수는 “교회에서 가치 판단의 기준은 성경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성경에는 동성애를 ‘가증한 죄’라고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수께서는 사랑과 동시에 죄와 심판에 관해서도 얘기를 하고 있다”며 “목사가 성경의 가르침을 행하지 않고 오히려 죄로 규정한 행위에 대해 예수의 이름을 빌려 이를 축복하는 행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꽃잎 뿌리며 성소수자 축복···그 목사 교회 재판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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