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 16:35-40(설교: 바울과 실라를 석방한 재…)의 주경신학적 연구

최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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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7-15 19:31:00
바울과 실라가 갇혔을 때에 발생한 큰 지진이 계기가 되어 간수와 그의 온 가족이 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세례를 받은 것에 대해 기록해 온 누가는, 여기서 그 바울과 실라가 석방된 일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이 기사는 【35】날이 새매 상관들이 아전을 보내어 이 사람들을 놓으라 하니로 시작된다.
날이 새매 ‘상관들’(스트라테고이, στρατηγοὶ: 16:20의 주석을 보라.)이 ‘아전’(라브두쿠스, ῥαβδούχους: ‘채찍을 가진 자’란 뜻)을 보내어 바울과 실라를 석방하라고 하였다. 헤혠(E. Haenchen)은 “당국은 태형을 가하고 감옥에서 밤을 지내게 한 후 추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벌이라고 여기고 부하 관리들을 통해 석방하라고 명령한다.”라고 하지만, 전날에 바울과 실라를 중죄인 취급한 점(16:22-24)을 미루어 받아들일 수 없다. 석방 이유에 대해서는 대개 전날 밤에 일어난 지진(16:25-26) 때문으로 짐작들을 하고 있다. “옥중에서의 그들의 훌륭한 태도”(黑崎幸吉)도 또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아전들을 통해서 연락을 받은 간수에 대해, 누가는 【36】간수가 이 말대로 바울에게 고하되 상관들이 사람을 보내어 너희를 놓으라 하였으니 이제는 나가서 평안히 가라 하거늘이라고 하였다.
바울과 실라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받아 형제가 된 간수는, 기쁜 마음으로 상관들의 석방 명령을 전하면서 두 사도에게 평안히 가라고 하였다.
석방 명령을 전해들은 바울의 반응에 대해, 누가는 【37】바울이 이르되 로마 사람인 우리를 죄도 정치 아니하고 공중 앞에서 때리고 옥에 가두었다가 이제는 가만히 우리를 내어 보내고자 하느냐 아니라 저희가 친히 와서 우리를 데리고 나가야 하리라 한대라고 하였다.
로마 사람인 우리는 바울과 실라가 로마 시민권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22:28에 의하면, 바울은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권이 있었다고 하였다.
로마 시민권이 있는 사람은 채찍질이나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는 사형을 당하지 않았다. 그 외에도 “법률상 많은 특권을 갖고 있었다. 바울은 그 특권을 이용하기를 싫어했다”(黑崎幸吉).
바울은 로마 시민임을 내세워 실라와 함께 당한 부당하고 가혹한 처사에 대해서 항변하였다. 즉, 판사들이 제대로 심문하지도 않았고, 따라서 정당한 유죄 판결도 하지 않고 공중 앞에서 때리고 옥에 가두었다가 이제는 은밀히 석방하고자 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직접 와서 데리고 나가야 하리라는 것이다.
바울이 왜 로마 시민임을 미리 말해서 그런 능욕과 고통을 면하려고 하지 않았는지는 모르나, 이제 와서 로마 시민임을 밝히면서 항변하는 이유는 판사들의 부당한 재판과 비겁한 뒤처리를 지적하여 판사들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다. 보다 더 큰 이유는 빌립보 교회의 안전과 성장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레(R. Earle)는 “깨달아야 할 것은 바울이 이때에 전략적인 행동을 취했다는 점이다. 빌립보에다 새로운 기독교회를 세운 자들은 공공연히 범죄자로 고소를 당했었다. 심문이나 합법적인 유죄 판결 비슷한 것도 없이 그들은 위험인물로 낙인 찍혀 투옥되어 왔었다. 교회를 위하고 또 자기의 명성이 아니라 교회의 신망을 위하여 바울은 상관들이 그들의 누명을 완전히 해명해 주기를 요구하였다. 그렇게 해야 교회를 세운 자들이 범죄자나 분쟁 조성자가 아니라는 것을 온 시민들에게 알려 주게 될 것이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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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의 항변을 들은 아전들과 판사들에 대해, 누가는 【38】아전들이 이 말로 상관들에게 고하니 저희가 로마 사람이라 하는 말을 듣고 두려워하여라고 하였다.
아전들의 보고를 들은 판사들은 바울과 실라가 로마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로마 사람들에게 행한 자기들의 범죄 때문에 두려워하였다(참조: 22:39). “불법으로 로마 사람을 죄 주는 자는 공권을 박탈당하는 등의 죄를 받았다”(黑崎幸吉).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범죄는 자기들의 목숨을 쉽게 잃게 할 수도 있었다”(R. C. H. Lenski).
그 판사들의 반응에 대해, 누가는 【39】와서 권하여 데리고 나가 성에서 떠나기를 청하니라고 하였다.
D 사본에 의하면, 그들이 친구들과 함께 와서 두 사도가 정당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정했고, 또 일어날지도 모를 소동을 염려해서 빌립보 성에서 떠나라고 했다고 한다.① 판사요 사회 지도층인 그들은 신분 유지에는 민감했지만, 영원한 구원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어드만(C. R. Erdman)은 “그들은 친히 바울 있는 곳까지 찾아와서 사과하고, 부디 감옥에서 나가 줍시사고 빌어 그 곳을 떠나게 하였다. 바울의 승리는 완전히 달성되었다. 바울은 이렇게 함으로 말미암아 이 사법관들이 그리스도 신자를 신앙 때문에 핍박하는 것이 사람에게뿐 아니라, 하나님 앞에까지 죄 되는 것을 깨닫게 하려 함이었다.”라고 하였다.
판사들의 요청을 들은 바울과 실라에 대해, 누가는 【40】두 사람이 옥에서 나가 루디아의 집에 들어가서 형제들을 만나 보고 위로하고 가니라라고 하였다.
그들은 유럽의 첫 교회인 ‘루디아의 집’(16:15의 주석을 보라.)에 들어가서 걱정하고 있는 교인들을 만나 보고 위로하고 빌립보 성을 떠났다.
가니라는 엑셀톤(ἐξήλθον)이며 ‘저희가 가니라’를 의미한다.
여기서 16:10에서 시작된 ‘우리 부분’(We-Section)이 끝나고, ‘저희 부분’(They-Section)이 시작된다. ‘우리 부분’(We-Section)이 20:5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으로 미루어 본서의 저자인 누가는 빌립보에 계속 머물러서 일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바울과 실라와 디모데가 빌립보 성을 떠난 것은 판사들의 요청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곳에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렌스키(R. C. H. Lenski)는 “그들이 떠난 것은 판사들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 일이 빌립보에서 확립되어서 그대로 두고 떠날 수 있었고, 그 밖의 다른 곳에서 그 일이 행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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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조: W. Hendriksen, 이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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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서와 주해서에서 인용할 경우에는 저자의 이름만 밝혔고, 같은 견해를 가진 학자들이 네 명 이하일 경우에는 본문의 괄호 속에 이름만 밝혔음.

출처: 최세창, 사도행전(서울: 글벗사, 2005, 1판 1쇄), pp. 459-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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