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젠 내 손에 붙들려 걸으세요

백승학
  • 1315
  • 2021-03-26 16:09:10
어머니, 이젠 내 손에 붙들려 걸으세요

백승학

사랑 하나 덩그마니 남았는지 지난 밤
바람 끝에 앉아서
시루떡, 가래떡, 맨드라미 꽃잎 백인 술떡이거나
또는 백설기 찍어먹듯
사랑 하나 세월 어느 모서리에 떨어져 있었을 꿀처럼
달고 단 기억 끝에 찍어 먹고 죽으려다가
마침내 내려오는 눈발 마다 찍혀있는
무수한 발자취를 보았을까
사랑은 언 하늘, 언 강물, 언 바람
혹은 어린 날의 손등처럼 쉬 갈라 터지는 자리에서
시작되는 정이월의 저 시린 눈발
그리도 더디게 흐르던 시절의 걸음들을
휘적이며 따라오던 하얀 바램이었나
덩그마니 남아 한 조각의 사랑을 덮고 누운
슬픈 여인이여
이젠 눈물마저 기억의 빈 자리에 남겨두고
희고 빛나는 눈길을 걸어서 내게로 오세요
일곱살 내 여린 손이 붙들리듯
이젠 내 손에 붙들려서 그토록 그리운 꿈길 속
정겨운 논두렁과 솔밭길과 또한 자갈길 가득한 개울 지나
어머니, 춤추는 눈발이듯 아득히 걷고 또 걷더라도
사랑만 가득하던 시절에 닿으세요
더 이상 슬퍼하지도 울지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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