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리 194-2

이경남
  • 1388
  • 2021-04-06 19:54:56
아산리 194-2
-이경남

이곳은 무덤골
조선시대 돌림병이 유행하자
어지신 고을원님은
걸인들의 시신을 거둬 이곳에 묻는다
지금도 양지 바른 언덕뿐 아니라
골짝까지 묘지들로 가득 하지만
그러나 이곳은 혐오스런 공동묘지가 아니다
4월 초순의 지금
산하는 새 잎과 꽃을 피우며 싱그럽고
이름 모를 산새들의 노래 소리는 이곳이
생명의 자리요 평화의 자리임을 알려준다
더군다나 이곳은 수백 년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들의 군락지
이 숲의 아늑함은
내 마음 깊이 안식을 준다
그리고 이곳에 부친 이기용 목사가 잠들어 있고
이제 곧 구순의 노모 또한 잠들 것이다
언젠가 내 생명 역시 다해
나 또한 어디론가 돌아가야 할 때에
나를 국립묘지로도
민주묘지로도 보내지 말아다오
아무 미련없이 내 육체를
한 줌 재로 만들고
그리고 작은 구덩이에 넣으며
나 다시 이곳에서
흙으로 땅의 티끌로 자연으로 돌아가게 해다오
그리고 소박한 비석 하나 만들어
이렇게 써다오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11:16)"

2021.4.6.화요일 아침 부친 묘지 정리 작업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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