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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영감설'이 민망하다/신성남
장병선
- 1350
- 2021-06-15 16:59:36
성경은 없다?
나는 성경 속에 하나님의 계시가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게 곧 성경과 하나님의 계시가 '동급'이라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나님의 계시엔 오류가 없지만 현재의 성경(정경)엔 오류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근본주의적 보수교단에서 성장한 나는 본래 단 한 번도 "성경은 무오하다"는 사실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4개의 복음서 사이에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자체 오류와 모순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더구나 그런 오류들은 단순히 필사 오류나 번역 오류가 아니라 사실상 원문 오류였다. 그러니 그 후엔 기존의 성경관을 통째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누가 무슨 군소리를 하던 현재의 성경은 오류 투성이다. 만일 어떤 신학자라도 이것을 부인하면 바보 아니면 양심 불량자다. 복음서들뿐만이 아니라 모세오경과 역사서에도 자체 충돌하는 오류가 아주 많다.
방주에 들어간 동물의 숫자가 다르고, 모세 장인의 이름이 다르고, 그리고 골리앗을 죽인 사람이 다르다. 예수님의 족보가 서로 다르고, 백부장 이야기가 다르고, 그리고 가룟 유다의 죽음이 다르다. 게다가 숫자나 연대나 나이 등이 서로 다른 건 너무 많아서 따로 책을 쓸 정도다.
이래도 일부 보수교단들은 성경엔 토씨 하나 틀린 게 없다는 '축자영감설'을 신봉하고 성경무오를 여전히 주장하며 신도들을 속이고 있다.
이건 마치 교황무오설을 믿으며 성경해석권이 오로지 교황에게만 있다고 주장했던 중세교회의 무모함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지금은 21세기이다. 이제는 교조적 화석 교리를 버리고 진실을 말해야 한다. 어느 목회자의 지적처럼 현재의 성경엔 오류가 너무 많아 그걸 찾는 건 식은 죽 먹기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성경에 오류가 있다"는 표현은 사실 정확한 진실이 아니다. 차라리 "현재의 성경이 모두 정경은 아니다"라는 표현이 더 옳을 듯 하다.
정경이 될 수 없는 고대 문서들 다수가 현재의 성경에 포함되어 있으니 거기에 인간에 의한 오류가 무더기로 존재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정경을 재분류하면 앞으로 진짜 정경은 몇 개나 남을지 크게 염려가 되기는 한다.
아무튼 교부 시대 이후로 제한된 지식과 자료를 지녔던 신학자들과 성직자들이 다수결로 결정한 고대의 정경을 단순히 교회의 정통성과 역사성만으로 포장하기엔 시대가 너무 많이 변했다는 걸 자각해야 한다.
성경을 펴고 읽을 때마다 그 황당한 오류들로 인해 수시로 겪는 여러 성도들의 민망함을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 오류는 오류라고 정직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성경을 가리지 말고 진실과 대면해야 옳다고 본다.
실제로 기존의 '#성경영감설'은 코걸이 귀걸이다. 세상에 하나님의 간섭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고 해서 매사를 "성령이 영감하셨다"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넌센스다.
내가 저녁 먹고 졸린 눈으로 일기를 쓴 것도 성령이 영감하신 것인가. 그건 마치 불경이나 천부경이 성령께서 영감하셔서 기록되었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오류 투성이 성경에 대한 성령 영감설은 종교적 기만이며 억지다. 그건 인간에게 이성을 고귀한 선물로 주신 하나님에 대한 무식한 도전이다. 그래서 그 이성을 배제한 종교는 반드시 사이비가 되는 것이다.
진실과 결론은 단순하다. 하나님의 계시엔 오류가 없지만 인간들이 표결로 선정한 정경은 얼마든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내가 현재의 성경(정경)을 성서(문서)로 불러야 더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신성남 / 집사, <어쩔까나 한국교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