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국립묘지에서

이경남
  • 1307
  • 2021-07-16 04:47:57
518 국립묘지에서
-이경남

오후 6시
이미 문을 닫은지도 오래다
그러나 나는 지금 홀로
이곳을 걷고 있다
대리석으로 포장된 오르막 광장과
거대한 조형물은 위압적인 자세로
내 육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무겁게 짓누른다
그러나 파란 잔디밭과 그 위
가지런히 놓인 비석들은 이내
내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주고
나는 지금 애잔한 마음으로 묘비 하나하나
비문 하나하나를 돌아보고 있다
아 초등학교 4년 전재수 중학교 1년 방광범
이건 내가 목격한 일이 아닌가....
제 1 묘역을 지나
제 2 묘역으로 향하니
가까운 지인의 비석도 놓여있다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약2:17)"
아마 이 후배는 이런 믿음으로
이렇게 58의 나이에 기념비로 남은 건지 모르겠다
발길을 돌려 구 묘역으로 향하니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이한열
분노에 찬 시를 쏟으며
우리들의 가슴에 혁명의 불을 지르던 김남주
그리고
자기 한 목숨 바쳐
어두운 역사에 부활의 생명이 되겠다던
한신대생 류동운과
그 아버지 류연창 목사 부자의 묘비도 있다
이 고요하고 적막한 518 묘역을 걸으며
나는 지금 어떤 음성을 듣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런 고통과 불행은 이것으로 족하지 않느냐고
이제는 살륙이 아니라
분쟁이 아니라
통곡이 아니라
사랑의 역사를 만들고
회평의 역사를 만들고
환희의 역사를 만들라는
사자들의 음성을 ....
저물어 가는 묘역에
산새들의 노래 소리가 참 평화롭다

2021.7.14. 광주고등법원 전두환 항소심 증인으로 갔다가 518 묘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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