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그리워 합니다 / 민어(民魚)

최천호
  • 1258
  • 2021-08-18 20:18:25
바다를 그리워합니다

기다림에 지친 붉은 가슴은
어두움으로 빠져들어
서로 침묵으로 이어집니다
뒤춤에 감추어 두고 꺼내기 힘든
나의 슬픈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끝내 말이 없는
바다를 그리워합니다

깊은 주름진 얼굴
말이 없어지고
노래조차 부르지 않는
그 소년을 위해
긴 선으로 달리던
걸음 멈추고
바람까지 잠재우며
어두움으로 서서
바다가 그리워합니다



민어(民魚)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
아버지는 작은 배를 타시고
물살이 거센 바다로 나가
일곱 살배기 내 허벅지보다
더 큰 민어를 낚아 오셨다

어머니는
민어 허연 속살에서
국물을 우려내시어
밥상 가득 내어놓으시고
보름달보다 더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길 떠나기 아쉬워
허연 달빛으로 내려앉는 여름밤
어머니의 환한 얼굴과
깊은 잠에 드신 아버지
밥상 가득한 민어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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