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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
최천호
- 1062
- 2021-09-11 20:04:50
아름다운 가을이
가까이 있음을 알면서도
여름 동안 가슴은
인내하지 못하여
많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무섭도록 힘센 여름을 다 보내도록
조급함 없이 아침을 맞이하고
오랫동안 황혼빛에 몸을 맡기어
더 무거워지고 낮아져 가는 들녘으로
가을을 맞이하러 가자
하늘이 진노하듯 쏟아져
여름 동안 상처 입은 도시를
부드러운 두 손으로 씻어내고
자신의 흔적은 남겨두지 않으려는 듯
급하게 흘러가는 강가로도 가보자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이
곁에 다가와 사랑한다고 속삭이니
너, 나의 가슴에
남겨진 상처가 속히 낫기를 바라며
구월,
머리 숙여 너를 반긴다
구월
그대가 그리워
문가에서 서성이며
작은 바람에도
반가움에 옷깃을 여몄었다
언제부턴가
기다림의 습성을 지닌
산 너머로 이어진 오솔길은
말 한마디 없이 거닐자 하는데
떨쳐두고 온 팔월은
담 밑의 봉숭아 붉게 물들이며
나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누구든 사랑하고 싶은 구월이
깊고 빛깔 고운 하늘에
숲으로 숨어드는 길 만들며
함께 가자고
어여쁜 손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