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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박경양목사
장병선
- 1450
- 2021-09-30 17:17:24
1. 은급법 개정 전에 현실을 돌아보십시오.
전문가들에 의하면 경제적인 문제가 노인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생활 만족도가 낮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노인이 서 있는 자리를 처참합니다. 이것은 목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닙니다. 은퇴자의 노후 복지 문제는 기초생활비 보장, 주거안정, 의료복지가 핵심입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 정책보고서에 의하면 은퇴 이후 의료, 의식주, 여가 등의 영역에서 발생하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목사들의 노후 준비 수준이 너무 부족합니다. 과도한 은퇴 예우금을 받는 일부 중대형교회 목사들과는 달리 대부분의 목사는 노후에 대한 보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감리회 목사 역시 은퇴 후 노후를 부실한 감리회 은급제도에 의존해 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감리회 목사는 노후의 생활, 의료, 주거 등 사회적 위험에 대한 공적·사적 대응이 모두 어려운 취약집단이라는 말입니다.
은퇴목사의 기초생활비 보장 문제는 심각합니다.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 정책보고서에 의하면 부부를 기준으로 은퇴한 목사의 월평균 최소생활비는 176만 원이고 적정생활비는 234만 원입니다. 하지만 감리회에서 은퇴한 감리회 목사는 기초연금 20만 원씩 부부 합산하여 40만 원과 현재 기준으로 은급비 90만 원 등 130만 원으로 노후를 살아야 합니다. 이번에 은급비를 60만 원으로 삭감하는 추진되는 쪽으로 은급법을 개정한다면 그 은퇴목사의 수입은 100만 원으로 살아야 합니다. 감리회 은퇴 목사는 앞으로 노인의 월평균 최소생활비의 73% 또는 57%에 불과한 소득으로 살아야 합니다. 일생을 복음을 위해 가난과 싸우면서 목회하다 은퇴한 후 더 심각한 가난과 싸우며 살아야 하는 것이 감리회 목사의 운명이라는 말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은퇴 후 주거안정입니다. 한국사회에서 현직에서 은퇴한 후 자기 힘으로 새집을 마련해 이사해야 하는 거의 유일한 직종이 바로 목사입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70세가 되면 반드시 자기 힘으로 새로운 집을 마련해 이사해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최저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생활비를 받는 목사가 자신의 힘으로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목사는 이 불가능한 일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은퇴와 동시에 가족과 함께 거리에 나 앉아야 합니다. 최근 담임목사 은퇴 과정에서 돈을 주고받는 일종의 성직매매가 확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재정적으로 안정된 교회에서조차 은퇴하는 목사의 퇴직과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비용을 후임자에게 부담시키려는 비신앙적이고 비윤리적인 행태가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 은급 문제 해결?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없다는 점입니다. 은퇴목사들의 노후보장 문제는 감독회장과 감독 그리고 자신의 노후는 걱정이 없는 중대형교회 목사들의 관심 사안이 아닙니다. 자기들은 이미 해결방안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개체교회와 신자들은 은퇴목사들의 노후보장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할 뿐 교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감리회의 문제입니다. 또 이것을 방치하면 감리회 목사의 질은 현저하게 저하될 것이고, 신자들 신앙 역시 크게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이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세기 교회의 경험에서 보듯 목사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 한 교회의 타락과 부패는 막을 길이 없습니다. 성서는 “레위 사람들은 그 동안에 받을 몫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레위 사람들과 노래하는 사람들은 맡은 일을 버리고, 저마다 밭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느헤미야 13:10)고 전합니다. 목회자가 목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입니다. 마찬가지로 목회자가 깨끗한 가난을 감수하면서 오늘과 내일의 삶을 걱정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하지 않는 한 목회자의 질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감리회는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부동산은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된 것입니다. 따라서 감리회는 이 부동산을 수익과 경영의 관점이 아니라 건강한 교회와 하나님의 뜻을 위해 사용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감리회의 관심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부동산으로 수익이나 챙기려는 부동산 회사가 아니라면 감리회는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교회를 살리는 일에 활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를 살리는 일에 목사의 질을 높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목사가 오늘과 내일을 무엇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고 목회에 전념할 수 있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기본적인 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감리회는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부동산을 감리회의 미래를 좌우할 목사의 기본생활보장에 활용해야 합니다.
또 은퇴목사의 기초생활비 보장 문제는 국민연금과 같은 기본적인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를 활용하여 보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안은 목사 개인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톨릭교회 일부 교구에서 채택하고 있듯이 감리회 본부나 연회를 ‘특례가입사업장’으로 적용하여 소속 목사가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게 해야 실효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에 중심을 두고 감리회 은급은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연금과 은급을 연계할 경우 목회기간 40년을 기준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10년이 경과할 경우 총 목회기간에서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기간, 즉 총 목회기간이 40년인 목사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10년이면 10년은 국민연금으로 나머지 30년은 감리회 은급제도를 적용하여 지원하는 방식으로 연착륙시켜야 합니다.
또 은퇴목사 주거안정 문제는 임대주택과, 사회주택, 노인주택 등 정부의 정책을 활용할 경우 해결할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감리회는 이미 은퇴목사 부부 주거시설인 주안의 <원로원>, 은퇴한 여성목회자들의 안식관인 <엘가온>, 경기연회의 <아가페하우스> 등 은퇴목사 주거시설이 존재합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의 지원이 가능한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설립하여 감리회가 대지를 제공하고, 입주자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등의 방법으로 은퇴교역자를 위한 조합임대주택 보급 추진하는 등 정부의 임대주택보급 정책이나, 사회주택정책, 노인주택 정책, 은퇴자를 위한 농촌마을 만들기 등 정부의 정책을 활용하면 비용을 최소화면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감리회 감독들이나 본부의 총무 등 누구도 이 문제에 관심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3. 은급법 개정이 아니라, 은급제도에 대한 전문가의 컨설팅이 필요한 때입니다.
장정개정위원회는 은급비를 현행 ‘92만 원 지급’에서 ‘60만 원 지급’으로 축소하고, 목회자의 국민연금 가입 의무화하는 은급법 개정안을 입법의회에 상정할 모양입니다. 그동안 은급을 사보험과 연계하는 신은급제도를 도입했던 2007년, 신은급제도를 폐지하고 은급비 삭감과 부담금을 증액했던 2016년 등 대폭적인 은급법 개정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은급제도 개혁과 관련한 외부의 의견이 반영됐고, 그리하면 은급은 안정될 것이라고 본부는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모두가 실패했습니다. 이때 연금전문가가 아니라 보험 혹은 금융전문가의 의견에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장정개정위원회는 장단기발전위원회와 <한국가정경제연구소>의 자문에 기초해 은급법을 개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자문한 <한국가정경제연구소> 역시 금융, 보험컨설팅 전문기관일 뿐 연금전문기관이 아닙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실패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렇듯 아마추어에 불과한 이들의 의견에 따라 조변석개하듯 하니 제도의 실효성도, 제도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 것입니다.
질병을 고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진단하는 것입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이후 치료는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감리회 은급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의 본질을 알아야 해결 방법도 나오는 법입니다. 은급제도의 문제가 무엇인지 은급제도를 건강하게 하려면 무엇을 채워야 하고, 무엇을 잘라내야 하는지를 진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단은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합니다. 배가 아픈 아이를 치과의사에게 데리고 가는 미련한 부모는 없습니다. 그런데 감리회는 그동안 연금제도의 하나인 은급 문제를 보험이나 금융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실패했고, 병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제는 달리해야 합니다. 은급 문제는 연금전문가들이 현행 은급 문제를 분석하고, 장기적인 흐름 속에서 대안을 설계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 사람 다음에 집을 짓는 은급법 개정을 시도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장정개정위원회는 근본적인 해결책도 없이 함부로 은급법을 개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환부에 칼 들이대는 것과 같은 미련한 짓이기 때문입니다. 은급 문제와 관련해 감리회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은급법 개정이 아니라, 해당 분야 전문가들에게 현행 은급제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과 이후 실효성 있는 은급제도를 재설계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금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에게 연구용역을 맡겨야 합니다. 이후 그 결과를 토대로 은급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감리회의 집단지성의 힘으로 교역자 은급 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