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이나

함창석
  • 1087
  • 2021-10-30 20:10:07
한 배이나

함창석

한 가지 달린 감들도 다르다
주홍빛으로
누런빛으로
색깔이 서로 다르다
눈길이 한 쪽으로 더만 가니
어찌해 그럴까
한 배서 나온 형제들 자매들
살아온 긴 세월 속
각기도 다른 것은 왜 그럴까
매우 궁금한 날이지
유전자는 비슷하겠지만
마음 씀씀이 저리 다르지

Sandol Method

유전자는 생물체의 개개의 유전 형질을 발현시키는 원인이 되는 인자이다. 염색체 중 일정한 순서로 배열되어, 생식 세포를 통해 어버이로부터 자손에게 유전 정보를 전달한다. 본체는 디엔에이(DNA)이며, 아르엔에이를 거쳐 세포 속에서 합성되는 단백질의 종류를 지령한다.

“코는 엄마를 닮고, 눈은 아빠를 닮았구나.” 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요? 왜 우리는 부모님을 닮을까요? 유전이란 부모의 특징이 자식에게 그대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답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해 볼까요? 나의 머리카락 색, 코의 모양, 목소리, 모두가 이런 유전을 통해서 만들어진답니다. 이런 정보를 담고 있는 부분을 유전자라고 하지요.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전, 오스트리아에 멘델이란 수도사가 살았어요. 그는 수도원 정원에서 콩을 재배했대요.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의 콩을 교배해서 키우면, 세대마다 모양이 다른 콩이 열린다는 것을 관찰했지요. 이 결과를 정리해서 유전이라는 것을 처음 과학적으로 풀이했답니다. 그가 발견한 유전의 법칙을 ‘멘델의 법칙’이라고 해요. 수정란이 만들어질 때, 정자에는 아빠 쪽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고, 난자에는 엄마 쪽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어요. 이 두 사람의 정보가 잘 섞여서 아기에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 아빠를 고루 닮게 되지요. 그런데 유전의 힘이 다 같은 것은 아니에요. 좀 더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을 ‘우성’이라고 하고, 약해서 잘 나타나지 않는 특징을 ‘열성’이라고 한답니다. 쌍꺼풀이나 갈색 머리, 보조개는 우성이고, 금발 머리는 열성이다. 인체 노트 DNA란 무엇인가요? 유전자는 DNA 조각 입니다. DNA는 디옥시리보핵산의 줄임말이다. DNA를 더 작게 잘라 보면, 네 가지의 염기로 되어 있답니다. 이 염기들이 어떤 순서로 줄을 서 있느냐에 따라 유전 정보가 달라진답니다. 신기하지요? 겨우 네 개의 염기가 이렇게 다양하게 생긴 사람들을 만들어 내니 말이에요.(천명선, 유전자에 대해 알고 싶어요, 재미있는 인체 이야기, 2006.)

내 유전자가 진정한 내 생명의 주인이다. 해밀턴은 우리에게 유전자의 눈높이 또는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는 새로운 렌즈를 제공했다. 유전자 렌즈를 통해 보는 세상은 언뜻 허무하고 냉혹해 보인다. 지금 이 순간 엄연히 숨 쉬고 있고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내가 내 삶의 주체가 아니고 내 삶의 이전에도 존재했고 내가 죽은 이후에도 존재할 수 있는 내 유전자가 진정한 내 생명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자칫 염세주의의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 나는 벌써 25년 이상 대학 강단에서 유전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런 강의를 하는 거의 매 학기마다 어김없이 한두 명의 학생들이 나를 찾아온다. 주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전공한 학생들인데 어느 날 졸지에 내가 씌워준 유전자 렌즈로 보는 세상이 너무나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삶이 무의미해졌다며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나는 그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고. 그런데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했더니 어느 날부터인가 홀연 마음이 평안해지더라고.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낀다. 그렇게 되면 드디어 마음을 비울 수 있다. 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음 한복판에 커다란 여백이 생기는 걸 느끼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종교가 다 우리더러 마음을 비우라지만 그처럼 어려운 일이 어디 또 있으랴. 그런데 유전자 렌즈를 끼면 저절로 마음이 비워진다. 지구 생명의 역사는 DNA라는 성공적인 화학물질의 일대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다음 나는 그 학생들에게 꼭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1976)]를 읽으라고 권한다. 책 한 권이 하루아침에 인생관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바꿔놓을 수 있을까? 내겐 [이기적 유전자]가 그런 책이다. [이기적 유전자]는 도킨스가 해밀턴의 이론을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준 책이다. 도킨스는 긴 진화의 역사를 통해 볼 때 개체는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덧없는 존재일 뿐이고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손 대대로 물려주는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경우, 사실상 개체들이 직접 자신들의 복사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후손에 전달되는 실체는 다름 아닌 유전자이기 때문에 적응 형질들은 집단을 위해서도 아니고 개체를 위해서도 아니라 유전자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도킨스는 개체를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르고, 끊임없이 복제되어 후세에 전달되는 유전자 즉 DNA를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고 일컫는다. 개체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수명을 다하면 사라지고 말지만 그 개체의 특성에 관한 정보는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최재천, 유전자의 눈으로 본 생명, 다윈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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