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자 자신이 사는 길...

오재영
  • 1107
  • 2021-10-24 03:04:56
앞이 보이지 않는 흑암과 혼돈 의 시대, 너나없이 자기성찰에 눈을 감고 타인의 허물을 들추어 자기 의(義)로 대체시키기에 분주한 오늘, 영혼 등대의 사명을 감당해야 할 소명자인 우리는 어떠한 마음과 다짐 속에서 시일을 보내는가? 미움과 증오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자기도 살고 타인도 살리는 그리스도의 용서의 복음이 준비는 되어있는가?

간디는 “약한 자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 용서는 강한 자의 덕성(德性)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종교의 경우라면 몰라도, 그와 같은 견해는 예수님이 가르치시고 친히 보여주신 용서와 무관하다. 사람들은 용서를 강한 자의 미덕으로 생각한다. 즉, 대개 복수를 요구하는 인간의 저열한 본능을 영웅적으로 극복하고 관용을 베풂으로써 웅대한 도덕상의 의무를 다하는 것을 용서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의 용서는 본질이 다르다. 즉 기대하지 않았던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받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해서 자신도 기꺼이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겠다는 겸손한 마음에서 비롯한다.

동시에 용서가 어려운 것은 용서는 사랑의 행위이기 때문에 반드시 대가가 뒤따른다.
라로슈푸코는 “사랑하는 만큼 용서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랑이 없는 용서는 의미 없는 감정에 불과하며, 용서가 없는 사랑은 막연한 열망에 지나지 않는다. 증오심을 버리지 않으면, 서로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채 희생자와 가해자의 역할을 번갈아 맡을 수밖에 없다. 모두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거듭되기 마련이다. 랍비 나단은 “영웅 중에 가장 뛰어난 영웅이 누구인가? 그는 바로 원수를 친구로 만드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소명자 에게 꼭 필요한 것.

1945년에 독일이 멸망한 뒤 몇 달이 지나자, 사람들은 대충 정신을 수습한 연후에 나치 정권이 남기고 간 폐해를 복구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거할 곳과 양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부족했던 것은 바로 사랑과 희망이었다. 당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네덜란드의 시계 제조자 코리 텐 붐은 독일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녀 자신도 유대인들을 숨겨 준 죄로 자매였던 베스타와 함께 라벤스부르크 집단수용소에 수감된 바 있었다. 그녀는 ⌜은신처 The Hiding Place⌟에서 “나는 하나님의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패전국 독일에 왔다”고 말했다.

어느 날 코리는 뮌헨에서 가두연설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연설을 듣고 있는 청중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절망의 빛이 감돌았다.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연설이 끝나자 조용히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그녀는 흩어지는 군중을 뒤로한 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얼른 머릿속으로 그가 입고 있던 오버코트와 갈색 모자를 지우고 그 위에 청색 군복과 해골과 십자가가 그려진 모자를 씌워 보았다. 그러자 집단수용소에서 자신의 언니와 함께 그가 보는 앞에서 벌거벗고 지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그녀의 언니 베스타는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는 가장 잔인했던 간수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훌륭한 메시지였습니다, 아가씨. 아가씨의 말대로 우리의 죄가 바다 속에 깊이 가라앉았다는 말은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라벤스부르크 수용소 이후에 계속 살아남아 기독교인이 되었다. 하나님은 수용소에서 저질렀던 그의 죄를 용서하셨다. 그는 “하지만 이제 그 말을 아가씨를 통해 직접 듣고 싶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라고 물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 순간, 모든 시간이 정지한 듯했다. 코리 텐 붐은 그를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기에 용서를 베푸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럴 수 없었다. 물론 그녀는 용서를 강조했다.

하지만 ‘베스타가 그곳에서 죽었어. 그가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과연 그녀의 끔찍한 죽음이 쉽게 잊혀 질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마음은 더 없이 냉랭해졌지만, 그녀는 용서가 감정이 아닌 의지의 행위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주님, 저를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한 뒤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강력한 전류가 나의 어깨에서부터 팔을 지나 서로 맞잡은 손에 전달되었다. 그와 동시에 상처를 치유하는 따스함이 온몸에 물밀 듯이 밀려들었고, 눈에서는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그녀는 “온 마음으로 형제를 용서합니다”라고 부르짖었다. (오스 기니스, 고통앞에 서다).

글을 마치며...

시편 87편의 말씀에,
거룩한 산 위에 시온을 세우셨으니
오, 하나님은 참으로 그분의 집을 사랑하신다네!
야곱의 집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욱 사랑하신다네!
오, 하나님의 도성이여!
모두가 네 이야기를 하는구나!

나를 잘 아는 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본다.
이집트와 바빌론,
블레셋,
두로와 구스도 함께.
저들을 두고 이런 말이 떠돈다.
“이 사람은 여기서 다시 태어났다!”

시온을 두고는 이런 말이 나돈다.
“남자와 여자,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그 품에서 다시 태어났다!”

하나님께서 저들의 이름을 명부에 기록하신다.
“이 사람, 이 사람, 그리고 이 사람이
바로 여기서 다시 태어났다.”

노래하는 사람과 춤추는 자들도 시온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나의 모든 근원이 시온 안에 있다!” - 유진 피터슨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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