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본회퍼 의 고백.

오재영
  • 1430
  • 2021-12-01 11:20:22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감방에서 걸어 나올 때
마치 지주가 자기 저택에서 나오듯
침착하고, 쾌활하고, 당당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
나는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
마치 명령하는 권한이 있는 듯
자유롭고, 친근하고, 분명하다고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들이 또한 말하기를
나는 불행한 날들을 견디면서
마치 승리하는 데 익숙한 듯
평온하고, 미소 지으며, 당당하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
아니면 나 자신이 아는 그런 존재일 뿐인가?
새장에 갇힌 새처럼, 불안하고 뭔가를 갈망하며 병든,
손들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가쁜,
빛깔과 꽃들과 새 소리에 굶주린,
친절한 말과 이웃에 목마른,
압제와 사소한 모욕에 분노로 치를 떠는,
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는,
무한히 멀리 있는 친구들로 인해 힘없이 슬퍼하는,
기도하고, 생각하고, 만드는 데 지치고 허무해진,
무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

나는 누구인가? 이것인가, 저것인가?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나는 동시에 둘 다인가?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
내 앞에서는 한심스러운 만큼 슬픔에 잠긴 약골인가?
아니면 이미 성취된 승리로부터 혼돈 가운데로 도망치는,
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패잔병 같은 그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들은 나를 조롱하고 이 고독한 질문을 비웃는다.
내가 그 누구든지, 오 하나님 당신은 아나이다.
내가 당신 것인 줄을.

※. 시대에 따른 소명(‘calling’또는‘vocation’)의 사람. 디트리히 본회퍼,
오늘도 변함없이 세속화의 거대한 광란의 시대. 하나님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에 대해서는 확신하는 듯, 시대에 편승한 온갖 허세가 기세를 올린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다르다.
자신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하나님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순간마다 보완하며 따른다. 이 같은 긴장을 감동적인 표현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나 갈 무렵 생애의 마지막 순간, 베를린 감옥에서 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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