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걸불

함창석
  • 1341
  • 2022-01-27 23:01:36
등걸불

함창석

물기 없이 메마른 등걸이
꺼멓게 썩어 기울고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

산을 오르다 쉴 틈인데
숲속 빈터 등걸에 걸터앉아
한참 배어나 흐르는 땀을 식혔다

지난 해 산사태를 만나
노출당한 등걸 되어
좌우로 사태 위에 솟아나 있었지

한 일꾼은 오른손에 쥔 줄을
등걸이 있는 밑쪽에다 바싹 걸어
요령 있게들 잡아당기었다

가파른 산 중턱으로
한 지게 등걸을 싣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 한 순간이라

마음을 다 잡아가며
등걸 캐던 저 일꾼은 멋들어지게
육자배기를 부르고 있었지

한 등걸나무 밑에 있으면서도
서로 각심과 사정으로
약한 놈을 따돌리며 섧게 했지만

그가 들여다본 아궁이 속엔
타다 남은 등걸불이 재에 섞이어
아직 빨긋빨긋 눈에 띄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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