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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이경남
- 1382
- 2022-02-04 16:30:11
1.
대한이 지난 후
어둠도 추위도 한풀 꺾였다
입춘까지는
십여일 더 남아있지만
지금 밖에서는 때 이른
비가 내리고...
불현듯 가슴 깊이 억눌려있던
삶에 대한 열정과 욕망이
다시
충동처럼 솟아오른다
life again
leaf again
love again
생명이 돌아오고
잎이 돌아오고
사랑이 돌아오고
아 삶이란
그 어둠과 추위 속에서도
그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나는 지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들녘 강변길을 달리며
이런 생명의 기운에
가득 잠겨 있다
2.
밤새 한파가 내린 모양이다
어제 풀려있던 강물이
오늘은 다시 꽁꽁 얼어 있다
입춘이 지척인데
기나 긴 겨울 별로 한 일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하나
동지 그 어두운 날에도
소한과 대한 그 추운 날에도
이 강변을 걸었다
효학에서 동고리까지 이어지는
10여리 강변길을
매일 새벽 걸었다
아무리 세상이 어두워도
아무리 세상이 추워도
누군가 한 사람
깨어
그 어두움을 가르고
그 추위를 가르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나홀로 이 길을 걸었다
3.
입춘이라지만
들녘에는 여전히 추위가 머물러 있다
춘래불사춘
봄이 왔지만 아직 봄은 아니다
이 말이 거져 생겨 났을까?
오늘도 한파에 잠겨 있는 강변을 걸으며
나는 생각을 한다
따스한 바람이 불기까지
우리의 외투를 벗지 말고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까지
우리의 공격을 늦추지 말고
고지에 우리의 깃발이 꽂히고 휘날리기까지
손의 무기를 내려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더군다나 우리는 지금
이런 기가 막한 나라에 살고 있지 않느냐?
"선거를 결정하는 것은 투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개표하는 사람이다"
(이오시프 스탈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