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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똥이 온다. 똥 이야기
최천호
- 1975
- 2022-05-15 01:25:36
세상에 태어나 하루 정도 되는 아기의 대변을 배내똥이라 하는데, 배내똥의 색깔은 처음에는 검푸르고 매끄러우며 끈적끈적하고 차차 갈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한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의 똥이 냄새가 나지 않아 신기하여 맛을 보았는데, 조금 시큼하기만 하고 별다른 맛이 없었다. 엄마 젖을 잘 먹은 건강한 아기가 누는 노란색 똥이 묻은 기저귀는 비누로 빨아도 노란색이 남아 있다. 그런데 햇볕에 말리면 신기하게 노란색은 바람에 날아가고 흰 기저귀만 하늘에 펄럭이게 된다. 내 생각에는 기저귀에 남아 있던 노란 똥들이 햇볕에 말릴 때, 바람에 날아다니다 여기저기 꽃으로 피어난 것이 애기똥풀이고, 봄에 지천으로 피는 꽃이 건강한 아기 똥처럼 예쁘게 보여 애기똥풀이라 이름을 짓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며칠 전 세상을 떠난 김지하 선생께서 지은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가 있다.
하늘을 혼자서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이 시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밥을 서로 나누어 먹고, 평화를 누리며 사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 생각한다. 떠도는 이야기에 의하면 1980년대 초반 감옥에서 막 나온 고, 김지하 선생이 후배인 가수 김민기에게 “밥이 하늘이다.”라고 말했고, 김민기가 “똥이 밥입니다.”라고 받아쳤는데, 이 말을 들은 고 김지하 선생께서 “아이고, 형님!”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노란 아기 똥이 바람에 날려 꽃이 되고, 우리가 싼 똥들이 썩어 거름이 되면 밥이 되어, 배부름의 평화를 주지만, 썩지 않고 추한 모습으로 냄새를 풍기며 우리 곁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고통을 주게 된다.
산 넘어 윗동네 사람들은 어떤 이를 똥이라 부른다고 하는데, 그에게 수치를 당한 옆집 아주머니 입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동네에 사는 아낙들이 물 맑은 냇가에서 빨래하다가 멀리서 그 똥이라는 이가 지나가면 “야! 누구 엄마야 저기 똥 지나간다.”라고 말하고 얼른 빨래를 챙겨 집으로 돌아가고, 사내들도 정자에 둘러앉자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사람이 가까이 오면, “야! 누구 아비야 저기 똥 온다.”라고 말하며 분위기가 싸늘해져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보기에 따라서 나도 똥이고, 우리 모두 똥일 수 있다. 보기 흉하고 냄새피우는 생 똥으로 남아 있으면 남에게 고통만 준다. 더러운 똥이 거름이 되고 밥이 되어 평화를 만들어 주려면 푹푹 썩어야 한다.
노란 아기 똥처럼 예쁜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난 오월도 여름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