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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노을 1234
함창석
- 1481
- 2022-06-10 03:11:12
함창석
푸른빛 돌던 창문이
점차 희어지더니
마침내야 아침노을 빛을 받으며
치자 물이 들어 버리지
해안 쪽 하늘에는
새털구름이 점점으로 널리어도
그 구름들 한쪽 편이
노을빛에 잘 물들어 가며
푸르른 하늘이 피어오르고 있지
외로운 섬 오른쪽과 왼쪽사이로
아침노을이 퍼지자
괭이갈매기들이 분주하지
통통배 한 척이
이쪽을 향하여 오는가도 싶더니
뱃머리를 되돌려
붉은 노을 속으로 사라지지
꽃노을 2
어느 여름날 황혼녘인데
열아홉 그녀와 나는
저녁노을이 지는 강변에 나란히 섰었다
일흔이 넘어가며 산책 중
하늘을 붉게 물들인 노을을 보니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 얼굴이 떠올랐다
세월이 흘렀어도 눈물 속에 아로새겨져
오뉴월 하르르 하르르
가슴속엔 노을 꽃이 되었음을 알까
해가 떨어진 후에도
저녁놀은 얼마큼 사라지지 않고 있다가
차차 보랏빛으로 변색해 갔다
꽃노을 3
꽃노을 한 폭이
떨어지는 황혼 해를 받아
그 찬란한 금빛으로
그리움을 풀고 있는 이 시각인데
햇살이 눈부시도록
짙게 밴 하늘을 배경으로
기괴하게 뒤틀린 큰 고목들 섰다
하얀 소복 입은 저 여인은
도대체 무엇을 낚고 있단 말인가
달리는 차창 밖으로는
노을에 붉게 물든 강과 함께
노굿 인 밭들이 군데군데 보였지
꽃노을 4
서양 바닷가 모든 리조트들이
서향을 고집하는 것은
노을 감상을 제일로 삼고 있기로
서양인들 기호 때문이었지
알프스 눈부신 무한 만년설과
기나긴 노을 카오스가
내 뇌리를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막 옛 여행 추억이었지
무심코 던진 돌멩이 하나가
엷은 무늬물결을 만들며
호수에 비친 노을을 흔들고 있다
소공원 돌고 있는 수차
하얀 저 물보라는
꺼져 가는 노을의 잔영을 얼비춰
형용할 수 없는 순간
꽃노을 빛깔을 띠고는 하지
Sandol Method
노을은 태양빛이 공기 중에 산란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해가 지면 태양광이 지나가야 할 공기층이 두꺼워지고, 특히 가시광선 중 적색광이 많이 산란되어 하늘이 붉게 보인다. 노을은 나그네의 여정을 안내하는 길잡이이다. 트라클의 시를 대표하는 시어들은 대체로 이중적 의미를 지닌 것들이 많다. >나그네<와 >하강<이 그럴뿐더러 >노을<도 그렇다. 이런 시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통상적 의미를 넘어서 트라클의 독특한 의미를 담고 있다. 노을은 안식과 침묵 속으로 하강해가는 나그네의 방랑이 이루어지는 상황적 배경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낱말이다. 그런데 흔히 우리는 노을을 낮의 푸르렀던 하늘이 어두워지는 정도로 생각한다. 우리는 땅거미 지는 황혼만을 생각한다. 그러나 트라클이 그리는 노을은 낮의 단순한 하강이 아니다. 오히려 노을은 하강을 향해가는 나그네의 여정을 환히 밝혀준다. 그러한 밝음은 나그네의 여정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된다. 이러한 것을 트라클은 >푸른 하늘<로 형상화한다. 그러니까 노을은 이중적 의미에서 사유되어야 한다. 노을은 한편으로는 낮이 기울어지는 저녁 무렵의 황혼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푸른 하늘이 피어오르는 사건이 된다. 노을의 이러한 이중적 의미를 우리는 노을에 해당하는 독일어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노을 지다<에 해당하는 독일어 dammern에는 ‘노을 지다'의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이 튼다'라는 뜻도 있다. 그러니까 >푸른 하늘이 노을 지고 있다.<와 >푸른 하늘이 피어오르고 있다.<라는 것은 동일한 사태가 된다.(노을,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놀은 해가 지평선이나 수평선 가까이 있을 때 하늘이 벌겋게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노을’은 ‘놀’의 시적인 표현이다. 저녁 무렵 해넘이 때 보이는 놀은 ‘저녁놀’이고 아침의 해돋이 때 보이는 놀은 ‘아침놀’이라고 한다. 동살이 비쳐드는 아침놀과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 저녁놀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등의 불빛이다.(박남일, 놀,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 말 풀이사전, 2004)
노을은 해가 뜨거나 질 때 하늘이 벌겋게 물이 드는 현상이다. 찬송가 가사에 종종 등장하는 표현으로, 슬픔을 상징하거나 아름다운 자연을 나타낸 말이다(찬송158, 570).